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한국 방산업계에 불을 지폈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국방력 강화 수요가 폭증했고, 그 수혜는 고스란히 국내 방산 기업들에게 돌아갔다.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K방산지수는 54.38%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분쟁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재무장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방산주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LIG넥스원이었다. 지난 6일 하루 새 9.31% 오르면서 83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쟁 발발 이후 3~6일 나흘 동안 무려 63.85% 급등한 것이다.
천궁-Ⅱ, 한국산 무기 경쟁력 증명하다
최근 방산주 급등의 핵심은 한 가지 무기 체계의 실전 성공에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요격 미사일 천궁-Ⅱ가 이란의 공습을 상대로 96%의 명중률을 달성한 것이다. 이것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나증권 채운샘 연구원은 "UAE향 천궁-Ⅱ 수출 매출이 올해 수출을 주도하고 2027년과 202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실적 기여도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궁-Ⅱ의 성공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의 모습.
한화그룹의 급상승, 부품 공급망까지 연쇄 상승
천궁-Ⅱ 수주 확대 기대감은 관련 부품 공급업체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화시스템은 천궁-Ⅱ의 주요 부품인 다기능 레이더(MFR)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같은 기간 한화시스템 주가는 11만3600원에서 15만8900원으로 39.88% 올랐다. 시가총액은 21조원 수준에서 30조원으로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3일부터 4거래일 동안 주가는 119만5000원에서 148만1000원으로 23.93% 올랐으며, 시가총액은 14조7471억원이 증가해 76조3654억원을 기록했다.
레이더용 전력 증폭기를 공급하는 RFHIC까지 주목받았다. 전쟁 발발 후 4거래일 새 25.88% 오르며 7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방산 업종의 강세는 한화그룹의 위상 변화로 가시화됐다. 지난 2024년 말 한화그룹의 시가총액 순위는 8위였다. 지난해 방산과 조선업 호황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의 주가가 올라 순위를 6위로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방산 업종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화그룹은 HD현대그룹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란 사태 이후 LG그룹까지 제쳤다.
지난 6일 기준 한화그룹 12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180조674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1433조2720억원), SK그룹(826조5930억원), 현대자동차그룹(300조6250억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기존 4위였던 LG그룹(175조290억원)은 5위로 내려앉았다.
한화그룹의 시가총액 상승 규모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말 115조6744억원 대비 이날까지 56% 급등했다.
한화 이대로 원정 시스템 장기 수주 기대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궁-Ⅱ 외에도 공격용 다연장로켓 천무로 추가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프랑스의 다연장로켓은 부품 수급 어려움으로 2027년 이후 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천무는 균형 잡힌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
천무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경쟁 제품 대비 생산 납기가 빠르고, 탄약 탑재 및 운용의 개방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은 "올 상반기 중 천무 유럽 수출과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등을 기점으로 수주잔액 성장이 예상된다"며 "수출 계약이 체결되기 전 선제적으로 매수할 적기"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방산주의 미래
전문가들은 방산 업종의 주가 강세가 단기 현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이 방위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이한결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중동 지역의 종교, 지역 패권을 둘러싼 긴장감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동 국가들이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방산 업체들의 중동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도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무기 체계 수요 증가는 단기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수출 증가와 이익 개선이라는 방산 업종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 주도권의 재편 신호
방산과 조선 업종의 약진은 국내 산업 구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배터리 산업이 주춤한 사이 방산과 조선이 핵심 성장 산업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이는 한화그룹의 사상 첫 시총 4위 달성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갖춘 K방산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천궁-Ⅱ의 실전 성공이 입증한 한국 방산의 경쟁력이, 향후 국내 산업 지형도를 크게 바꿔놓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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