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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사외이사’ 줄어드는데 보험사만 왜 늘어날까

회계제도 변경 등 정책 이슈 산더미...DB손보는 행동주의펀드 요구 수용

성기환 CP

2026-03-09 09:14:58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보험사 이사회가 거버넌스 개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사진=DB손보]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보험사 이사회가 거버넌스 개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사진=DB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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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보험사 이사회가 거버넌스 개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김재신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삼성화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현대해상), 박보영 전 대법관(삼성생명) 등 신규 사외이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규제 대응과 투명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특히 DB손해보험이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수용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내 보험사 거버넌스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 vs 30대 그룹: 사외이사 전략의 엇갈린 길

지난 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이 올해 주총을 앞두고 추천한 신규 사외이사 87명 중 학계 출신이 36.7%(32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재계 출신이 31.0%로 뒤를 이었으며, 관료 출신은 25.3%에 그쳤다.
특히 재계 출신 비중이 2024년 17.6%에서 2025년 29.5%를 거쳐 2026년 31.0%로 지속 증가한 반면, 관료 출신은 같은 기간 31.0%에서 25.3%로 5.7%포인트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재계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이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6년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는 8개 주요 상장 생명·손해보험사(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의 사외이사 구성을 보면, 32명 중 16명이 관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30대 그룹 전체에서 관료 출신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와 달리, 보험사는 지난해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출신을 대거 영입한 데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관료 출신을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 신규 사외이사 분석과 달리 보험업계는 여전히 관료 출신 영입에 집중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규제 대응 최우선…보험사 "관료 출신" 선호

보험사들이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집중 영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IFRS17 등 회계제도 변경, 책무구조도 시행, 기본자본 킥스비율 강화 등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가 연쇄적으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신한라이프는 이호동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농협생명은 박재식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을 영입했다. 올해 삼성화재가 김재신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재신 전 부위원장은 1968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공정위에서 경쟁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정책통으로, 2015년 금융사 규제개선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약할 당시 주요 담당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삼성화재의 이번 영입은 보험계약 입찰 담합 등 공정위 소관 현안에 대한 정책대응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해상 역시 학계 출신이지만 금융 정책과 규제에 정통한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을 역임했고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지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여성과 전문가 중심 리더십...거버넌스 다양성 강화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박보영 전 대법관(여)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며, 여성 사외이사 2명 체제를 완성했다.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4명 중 박성연 이화여대 교수(여)를 두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의 리딩컴퍼니인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 구성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거버넌스 다양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보험사들이 신규 및 재선임 사외이사 선정에서 강조하는 것은 전문성이다. DB손해보험은 기존 사외이사인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3월 주총에서 재선임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금융 규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춘 법학 전문가다.

KB라이프는 지난해 3월 신규 사외이사로 박성종 한경국립대 법경영학부 교수와 황현아 보험연구원 보험법연구실 실장을 선임했다. 박성종 교수는 한국회계기준원 IFRS질의회신연석회의 위원으로 활동해온 회계 전문가다. 이들은 IFRS17, 책무구조도 등 회계제도 변화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으로 보험사들은 회계, 법학, 금융 정책 전문가들을 집중 영입하면서 동시에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편 30대 그룹 전체에서는 올해 신규 추천된 여성 사외이사가 29명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해 지난해(16.8%)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보험업계도 이러한 산업 전반의 다양성 강화 기조 속에서 거버넌스를 재편하는 모양새다.

DB손보 내부거래위원회 신설...얼라인파트너스 "합의"

올해 보험사 주총의 최대 화두는 DB손해보험이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적극 수용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국내 보험사 거버넌스 구조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지난해 1월부터 DB손보에 투자해 현재 지분 1.9%를 보유한 주주다. 얼라인은 DB손보가 지난해 3분기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 16.1%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로 시가총액이 내재자본 대비 약 60% 할인된 상태라며 저평가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앞서 얼라인이 제시한 8개 항목의 주주가치 제고방안 중 핵심은 지배주주 및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투명성 강화다. DB손보는 지난달 27일 이사회 내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으며, 관련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임의 폐지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 DB손보의 이사진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 요소다.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2명의 사외이사는 4명의 후보 중 주총 투표 결과에 따른 상위 득표자로 결정된다. DB손보는 김소희 전 AIG손해보험 부사장과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을, 얼라인은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와 최흥범 에스엠티에이아이(SMTAI) 이사를 각각 추천했다. DB손보의 추천 후보가 재무·운용 중심이라면, 얼라인 추천 후보는 주주권·혁신 관점이 강조되는 구도다.

얼라인은 지난 2024년 3월 J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는데 성공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주주제안 이사 선임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3월 주총, 보험사 거버넌스 분기점..."대관·감시" 두 축 갈래길

30대 그룹이 "대관·방어"에서 "실전·성장"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재편하는 동안, 보험사는 고유한 산업 특성에 따른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다. IFRS17(국제회계기준), 책무구조도, 기본자본 킥스비율(K-ICS) 강화 등 규제 정책이 집중되면서, 보험사들은 규제 리스크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2분기부터 IFRS17이 실질적 안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보험사의 계리가정 선진화 방안이 본격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금융감독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움직임이다.

다만 보험사 내에서도 거버넌스 철학이 분화하는 모양새다. 대다수 보험사는 규제 대응 중심의 "관료 중심 전략"을 선택한 반면, DB손보는 주주 이익 보호 중심의 "감시 강화 전략"을 선택했다. DB손보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적극 수용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3월 보험사 주총이 국내 보험업의 거버넌스 체제 전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규제 리스크 해소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것인가, 아니면 주주 이익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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