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업계에 따르면 LS증권은 내년 3월 김원규 현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홍원식 전 iM증권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임원추천위원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이 확정되면, 그는 2019년 물러난 지 7년 만에 옛 직장의 최고경영자 자리로 복귀하게 된다.
홍 전 대표의 복귀는 LS증권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회사를 휘청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418억원에서 2023년 332억원, 2024년 218억원으로 하락했다. 3년 연속 실적이 추락하는 동안 김원규 대표는 법정 공방에 휘말렸다. 검찰은 그를 부하 직원으로부터 고가 미술품을 수수하고 대출금 유용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조직을 꿰뚫는 눈, 그가 필요한 이유
김원규 대표(1960년생)보다 4살 어린 홍 전 대표는 세대교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증권감독원 출신이라는 이력은 위기 상황에서 금융당국과의 소통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 재임 시절 구축한 내부 네트워크가 흔들리는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 전 대표가 맡게 될 LS증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4년 말 순이익은 166억원으로, 2023년 286억원, 2022년 297억원에서 꾸준히 감소했다. 영업이익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시장 변동성에 따른 금융·파생상품 평가 손실과 부동산 PF 충당금 확대다.
분기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 23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3분기에도 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분기 적자를 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25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상반기 실적에 기댄 결과일 뿐이다.
2024년 말 파생상품과 금융상품 평가·처분 손실은 각각 6927억원, 4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43% 증가했다. 부동산 PF 관련 손실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024년 말 기준 475억원으로, 전년도 682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TOP 10 증권사' 꿈은 멀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LS증권의 자기자본 순위는 국내 증권사 중 22위로, 10위인 대신증권(약 3조2214억원)과는 약 3배 차이다. 2025년 1분기 자기자본은 8683억원으로 2023년 말 9354억원 대비 7.17% 줄었다.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이익잉여금 축소가 주된 원인이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김 대표는 IB본부를 대표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키며 조직을 강화했지만,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낮은 IB 부문은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려워, 당분간 TOP 10 진입은 쉽게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CEO 리스크, 신뢰 추락의 방아쇠
김원규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LS증권에게 치명적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7일 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와 배임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6월 김모 전 본부장으로부터 시가 4600만원 상당의 그림을 3000만원에 수수하고, 같은 해 10월 김 전 본부장이 830억원의 PF 대출금을 유용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다.
김 대표는 2025년 신년사에서 "한 번의 실수로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평판과 신뢰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수 있다"며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성과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자신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그의 경영철학은 설득력을 잃었다.
LS증권은 "김 대표는 직무와 관련해 고가의 그림을 부당하게 수수하거나 PF 대출금 유용 사실을 인식한 채 방조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적극 해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의 신뢰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홍원식의 귀환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7년 전 떠났던 조직이 지금은 실적 추락과 신뢰 상실이라는 이중 위기에 빠져 있다. 그가 과거 재임 시절 쌓았던 조직 장악력과 운영 노하우가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홍 전 대표가 우선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흔들린 조직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IB 부문 강화라는 중장기 전략도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의 수익성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LS증권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로 평가하며 "우수한 운영 효율성으로 장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부동산PF 대손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업계 최저 수수료 수준 유지 등의 고객유치 전략으로 위탁매매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지위의 급격한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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