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제홍 변호사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추어 입법부와 사법부의 대응 역시 강력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미성년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불완전한 것으로 전제하여 동의 여부보다 보호의 필요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아동성범죄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피해자의 진술 유지 여부와 구체성, 피고인이 피해자의 연령을 인지했는지에 대한 '고의성' 여부다.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지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동 피해자의 경우 성인에 비해 기억의 파편화가 발생하기 쉽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술이 미세하게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지 않다면 사소한 부분의 불일치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지 않는다.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 당시의 심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다움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현대 재판의 기조다.
아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자주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결을 분석해 보면, 단순히 피해자가 성인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 대화 내용, 만남의 장소, 외모, 사회적 경험의 정도 등을 비추어 볼 때 상대방이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또한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 위계에 의한 간음 또는 추행이 성립한다. 특히 온라인 채팅을 통해 형성된 비대면 관계에서도 그루밍이 증명된다면, 법원은 이를 위력의 행사로 간주하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등 역임한 로엘 법무법인 안제홍 파트너변호사는 “아동성범죄 사건은 일반 성범죄와 달리 특례법이 적용되어 집행유예가 어려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법부의 해석이 판결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호소나 근거 없는 부인은 금물이다. 물리적 증거 유무를 넘어, 진술의 논리적 개연성과 가해자의 연령 인식 가능성에 대한 법리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