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광희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 직무대행
30년 방치된 조직, 사장 비위로 드러나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오랜 배경이 있다. 감사원이 처음으로 실시한 정기감사(2020년~2024년 10월)에서 드러난 구조적 비리들은 조직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LNG터미널 주배관 공사 중 전직 처장이 같은 문중 사람의 토지를 감정평가 없이 매입하고, 공사계약 금액을 부풀려 차액을 수수한 사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49억 원의 부당 연차수당 지급 등 구조적 비리가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직 내 괴롭힘도 이러한 방치된 문화의 일부였다. 감사 과정에서 한국가스기술공사의 차장 E씨가 동료 직원의 치아를 부러뜨리는 수준의 폭행을 가한 뒤 휴무일에 업무를 지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정직 처분을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감봉 2개월의 경징계에 그쳤다. 약한 처분이 관례화된 조직 문화 속에서, 가해자들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고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 전 사장은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동거녀와 해외출장 6건을 다녀오고 1,000만 원 상당의 공용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2024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불명예 퇴진을 했고, 공사는 '비상경영체제' 전환과 윤리경영 강화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 다짐은 곧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진수남에서 홍광희로, 계속되는 공백
조 전 사장 해임 직후 진수남 경영전략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약 1년 9개월간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다가 올해 2월 이사회에서 체제가 교체됐다. 홍광희 정비사업본부장이 새로운 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되었고, 진수남은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홍광희 신임 직무대행이 정비사업본부장과 사장 직무대행을 겸임하게 됐다는 점이다. 장기 직무대행 체제가 다시 연장되면서 경영 책임성은 더욱 희석되었다. 누구도 조직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조직의 관성만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구조적 도덕 해이, 겸직 비위의 신호
장기간 리더십 공백 속에 직원 관리 체계가 무너졌다. 2025년 10월과 12월 실시된 특정감사에서 일부 직원들의 겸직 제한 규정 위반이 대량 적발됐다. 자진신고 기간에도 겸직 상태를 유지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되었으며, 정직 2명, 감봉 4명, 견책 2명 등 중징계가 내려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비상경영 선언에도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조직 전반의 복무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공사의 채용 투명성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2024년 기간제 계약직 채용 두 건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점수 집계 오류로 예비 합격 순위가 뒤바뀐 사실이 확인됐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같은 외부 위원을 두 건의 서류·면접 전형에 연속 참여시킨 것이다. 공정 채용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셈이다. 이로 인해 6명이 신분상 경고, 1명이 주의 처분을 받게 됐다.
공공기관으로서 점수 관리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조직 시스템의 근본적 실패를 시사한다.
사장 공모, 그러나 신뢰 회복은 요원
현재 가스기술공사는 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약 2년에 가까운 리더십 공백 속에서 비리가 누적되고 조직문화가 퇴행한 상황을 단순한 인사 공백으로 봐서는 안 된다.
새 사장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정비. 감사원이 지적한 구조적 비리의 원인을 차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조직문화의 개편. 개인일탈이 용납되는 조직 분위기를 일벌백계로 정화해야 한다. 셋째, 책임 리더십의 확립.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천연가스 설비 안전이라는 국가적 책무를 지닌 공공기관이다. 간두지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리더십 재건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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