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택한 길, 폐수를 재이용하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2021년 5월 도입한 시스템의 이름은 ZLD(Zero Liquid Discharge). 직역하면 '액체 무방류'다.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전량 재처리해 공정용수로 돌려 쓰는 순환형 수처리 방식이다. 단순히 폐수를 줄이는 데 멈추지 않는다. 공정용수를 전량 재이용하면서 강이나 지하수로부터 취수하는 양까지 함께 줄인다. 이것이 산업계의 '워터 포지티브' 달성이 가능한지를 처음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확실했다. 475억원을 들여 구축한 이 시스템은 '상압 증발 농축식' 방식을 쓴다. 제련 공정을 거친 폐수를 정수 처리한 뒤 100℃ 이상의 고온으로 끓인다. 수증기를 포집해 깨끗한 물로 만들고, 이를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열원이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 스팀을 활용해 에너지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높였다.
석포제련소의 ZLD 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하루 최대 용량은 4,000㎥다. 현재 실제로는 하루 평균 2,000~2,500㎥의 공정용수를 처리해 전량 재이용하고 있다. 이 수준을 유지하면 연간 88만㎥의 하천수 취수 감소 효과가 생긴다. 수자원 절감과 수질오염 방지, 자원순환형 공정 구축이라는 세 가지 효과가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다.
영풍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도 마쳤다. 석포제련소는 이제 국내 산업계의 친환경 수처리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산업단지 관계자들의 방문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낙동강이 말해주는 변화
환경 개선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을 세운 영풍은 2025년까지 누적 약 5,400억원을 들여 수질·대기·토양 등 환경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제련소 인근 낙동강의 수질 측정망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5월 14일, 석포제련소 하류에 설치된 세 개의 측정소에서 채취한 수질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카드뮴, 납, 비소, 수은, 구리 등 주요 중금속이 모두 '정량한계미만'으로 나왔다. 측정 장비가 정량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최소 농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수질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도 양호했다. 국내 다른 아연 제련소가 밀집한 울산 온산공단 인근 측정망과 비교해도 중금속 농도가 현저히 낮다.
숫자 너머의 변화도 있다. 최근 제련소 인근 낙동강 하천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서식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생태환경이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비철금속 산업의 50년 궤적
영풍 석포제련소는 1970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현대식 아연 제련소다.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50여 년간 제조업의 성장과 궤를 함께하며 경북 북부권의 대표 산업기지가 됐다. 현재 임직원과 협력업체·공사업체 인력을 포함해 약 1,200명이 상시 근무하며 지역경제와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
1974년에는 이곳에서 축적한 제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열사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이후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이 세계적인 아연 제련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비철금속 산업 발전에 기여한 셈이다.
기술이 만드는 환경 미래
영풍 관계자는 "석포제련소는 제련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환경과 수자원 보호를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ZLD 시스템을 비롯한 환경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친환경 전환과 자원순환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영풍의 선택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될 차례다. 처리 기술이 아닌 순환 기술로 문제를 푼 석포제련소의 경험이 한국 산업의 다음 단계를 그린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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