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6년 전 선언이 오늘의 현실이 되다
2018년 정의선 회장은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것은 그 말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었다. 지난 6년간 현대차그룹이 준비한 것은 어떤 최신 기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2019년부터 본격 시작된 디지털 전환(DX)은 이 같은 변화의 토대다. 현대차그룹은 업무 관리 플랫폼인 지라(JIRA)와 두레이(Dooray), 문서 협업 도구인 컨플루언스(Confluence)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조직 간 정보와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글로벌 협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도 전 사업장에 전개했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 등 전 가치 사슬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해 한 곳으로 모았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데이터를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어디서 생성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추적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3년, 5년, 10년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이었다.
'사고방식의 차이'로 경쟁력을 본다
현대차그룹의 경영진들이 바이브 코딩 교육을 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진 사장은 "탑레벨 경영진의 첫 번째 의무는 기술을 이해하고, 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라는 정의선 회장의 당부를 전했다.
그는 또 강조했다.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느냐다."
현대차그룹은 이 경쟁력을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정의했다. 같은 요구사항을 AI에 입력해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프롬프트(질문)의 설계와 데이터의 신뢰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직접 이 과정을 체험하는 것은 기술 이해가 아니라 사고의 전환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었다.
3만 명이 쓰는 플랫폼,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2023년 중반부터 가동된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Chat Pro'는 이 같은 철학의 실천판이다. 직원들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여러 외부 AI 모델을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사용자는 3만 명을 넘었다. 이는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놀라운 것은 비개발자 직원들도 이 플랫폼으로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험도 있다. 진 사장은 "한 비개발자 직원이 AI 에이전트로 문서 5000개를 삭제해 2박3일간 업무에 차질을 빚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AI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모든 기업의 공통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연 526억 원, 업무시간 90% 단축이 말해주는 것
구체적인 성과는 현장에서 나왔다. 남양연구소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수십 년간 쌓인 충돌시험 자료와 해석 데이터를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게 해줬다. 유사 사례와 개선 대책까지 AI가 제시한다. 덕분에 엔지니어들이 관련 자료를 찾고 검토하는 데 걸리던 시간이 약 90% 줄었다.
제조 현장도 달라졌다. 비전 AI 기반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가 전 세계 약 70개 생산거점에 적용되면서 연간 52억 4000만 원을 절감했다. 이 서비스는 차량식별번호(VIN)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차량과 시스템 등록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검증한다. 강화학습 기반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 중단 시간을 86% 줄였다.
서비스 영역도 마찬가지다. '정비 지원 AI 서비스'는 정비 대응 시간을 42% 단축시켰다. '고객 리뷰 자동화 솔루션'은 더 극적이다. 리뷰 1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던 35분을 5분으로 줄렸고, 현재 전체 리뷰의 85% 이상을 AI가 처리하고 있다.
피지컬 AI가 다음 싸움터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차원을 바꾸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와 운영 경험, AI 활용 역량을 기반으로 차량·로보틱스·제조 현장에서 물리적 세계와 AI가 결합하는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도 진행 중이다. 새만금에 500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해 2030년 말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GPU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진 사장은 "AI라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문제든 '되게 하라'는 정신으로 실행해온 그룹의 문화와 DNA가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며 "이 역량을 그룹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AI 전환도 적극 지원해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이 2018년에 던진 질문,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답은 이미 숫자로 증명되고 있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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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요 경영층과 함께 바이브 코딩 교육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1212461801100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올해 상반기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요 경영층과 함께 바이브 코딩 교육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595&simg=2026081212461801100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