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치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회 주호영 의원(국민의힘)은 대형 GA를 '보험판매전문회사'로 정의하고 관련 규제 및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발의는 2008년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판매전문회사 도입을 검토한 이래 약 17년간 이어져 온 업계 숙원이 실제 입법 절차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설계사 18만명·대형 GA 44곳…62년 전 규제 그대로 적용
주호영 의원의 법안 제안이유에 따르면 설계사 1천명 이상을 고용한 대형 보험대리점(GA)은 44개에 이르고, 이들에 소속된 설계사만 총 18만명을 넘어선다. 보험판매 시장의 대형화·기업화가 그만큼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GA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변화는 한층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GA 소속 전체 설계사 수는 31만9천명을 넘어섰고(금융감독원 집계), 업계 전체 사업비(수수료) 규모도 18조7천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그동안 법적 지위는 소규모 대리점과 동일하게 묶여 있어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등록요건을 갖춘 대형 GA는 금융위원회 등록을 거쳐(제86조의2) '보험판매전문회사'라는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얻게 되며, 법인 변경 시에도 지위 승계가 가능해져(제86조의3) 경영 안정성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
모집 넘어 계약 유지·보험금 지급까지…사업비 협상권 법제화
GA업계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환영하는 대목은 단연 업무 범위의 대폭적인 확대다. 그동안 기존 GA는 상품을 판매하는 단순 '보험 모집' 업무만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보험판매전문회사는 단순 판매 대리점에서 벗어나 계약 체결부터 사후 고객 관리, 보험금 지급 대행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종합 보험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책임자 3인 필수 배치·배상보험 의무화…금융사 수준 책임 부과
권한 확대에 발맞춰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의무도 함께 엄격해진다. 이 때문에 개정안은 권한과 책임을 사실상 한 몸으로 묶어 설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은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보험모집자격을 보유한 자를 대표자로 선임하고, 상품판매교육책임자·소비자보호책임자·준법감시책임자를 필수기관으로 두도록 했다(제86조의4). 또한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자본금 유지 및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며(제86조의7), 부실 영업 시 등록취소·업무정지 요건을 기존 보험회사 수준으로 강화했다(제86조의8).
아울러 판매전문회사와 대리점이 공동으로 '보험판매전문협회'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제178조). 협회는 소속 설계사의 등록업무 등 자율규제 역할을 위탁받아 수행하며 시장 자정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제194조).
17년째 표류한 GA업계 숙원사업…보험업계는 협상력 강화용 반발
이번 발의는 그간 두 차례 무산됐던 논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판매전문회사 도입은 2008년 금융위원회가 처음 관련 개정안을 추진했고, 2015년에는 보험연구원이 유사한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매번 수수료 협상권과 배상책임 범위를 둘러싼 보험사와 GA 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무산됐다.
논의는 2024년 하반기 들어 다시 속도를 냈다.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GA 영향력 확대에 따라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을 중심으로 관련 초안이 국회 법제처 검토 단계까지 올라간 바 있다. 다만 이 시도는 정부가 사업비(수수료) 제도 개편을 마무리한 뒤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GA협회)장이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내 입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접촉을 강화해 왔고, 지난 7월 정무위 구성이 마무리되자 GA협회는 법안 초안 마련과 대관 기능 강화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감지된다. 일부 보험사 관계자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에 따른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가 현행 법규 안에서도 달성 가능한 목표라며, 결국 GA가 수수료 협상력을 높이려는 취지가 더 크다는 시각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형 GA들이 계약 유지 13회차 이상 구간에서,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 총액을 월 보험료의 12배로 제한하는 이른바 '1200% 룰' 기준을 웃도는 수수료를 요구해 온 사례가 반복되면서, 협상권까지 법적으로 보장될 경우 보험사의 GA 의존도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 등에서는 GA가 대리인 지위에 머물러 있어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직접적인 법적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책임 구조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험마케팅에 밝은 학계 전문가는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취지에 따라, 영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이미 보험판매전문회사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돼 있고, 미국의 GA는 애초부터 보험사와의 협상권을 갖고 있었다"며 "국내 GA의 위상이 이만큼 커진 만큼, 소비자 보호와 힘의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금소법 개정안과 연계 처리 전제…정무위 심사 최대 관건
한편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주호영 의원이 함께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0538호)의 의결을 전제로 하고 있어, 두 법안의 연계 처리 여부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GA업계 관계자는 "2008년 이후 22대 국회 들어 관련 법안이 다시 입법된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GA 업계의 규모와 시장 위상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책임성도 함께 강화해 달라는 것이 업계의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보험사와 GA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데다, 과거에도 같은 쟁점으로 두 차례 좌초된 전례가 있는 만큼 국회 정무위원회 심의 및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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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1308472401601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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