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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유동화 반년…신청률 0.34% ‘유명무실’

해약환급금 기준 산정 월 수령 34만원 불과…높은 문턱·보장 축소 부담

성기환 CP

2026-08-13 09:02:56

생명보험협회 본사 전경. [사진=생보협회]

생명보험협회 본사 전경. [사진=생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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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사망해야만 유족에게 지급되던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형태로 미리 받아쓸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실제 신청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6월 5대 생보사의 신청 건수는 1천426건으로, 제도 출시 당시 집계된 대상 계약(41만4천건) 대비 0.3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5대 생보사의 누적 신청 건수도 2천759건으로, 같은 대상 계약 대비 0.67%에 머물렀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소득 크레바스(공백기)' 대응 취지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지도와 까다로운 가입 요건, 기대에 못 미치는 수령액이 겹치면서 제도 확산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대 생보사 상반기 신청 1천426건…초기 반짝 후 확산 정체
1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가 지난해 10월 30일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먼저 도입했다. 1차 출시 당시 대상 계약은 41만4천건, 가입금액은 23조1천억원(2025년 9월 말 기준)이었다.

이후 나머지 생보사들도 순차적으로 합류했고, 금융당국은 올해 1월 2일부터 BNP파리바카디프생명·IBK연금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을 제외한 19개 생보사 전체로 제도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상 계약은 60만건, 가입금액은 25조6천억원(2025년 11월 말 기준)까지 늘었다.

그러나 대상 규모가 확대된 것과 달리 실제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5대 생보사의 올해 1~6월 신청 건수는 대상 계약(41만4천건) 대비 0.34%인 1천426건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도입 이후 5대 생보사의 누적 신청 건수도 같은 대상 계약 대비 0.67%인 2천759건에 불과했다.

다만 이 수치들은 실적이 확인되는 초기 5개사 기준으로, 지난 1월 합류한 나머지 14개사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19개 전체 기준 신청률은 별도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도입 초기(2025년 10월~12월 15일) 집계된 1천262건과 비교해도 상반기 전체 증가폭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당시 신청자의 평균 연령은 65.3세, 유동화 선택 비율은 한도에 가까운 평균 89.4%로 나타나 초기 신청자들은 한도 금액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였으나, 제도 자체가 대중적인 저변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생보업계는 실제 지급 구조가 소비자가 기대하는 '사망보험금의 단순 현금화'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는다. 보험사는 유동화 금액을 가입 당시 약정한 사망보험금 전액이 아니라, 신청 시점까지 쌓인 '해약환급금' 적립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매년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해약환급금 자체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뒤 쌓인 금액인 데다 선수령에 따른 할인율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과 남은 사망보험금을 모두 합쳐도 애초 가입했던 사망보험금 총액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다. 유족의 생활 보장이나 장례비 마련 등 종신보험 본래의 보장 기능도 그만큼 크게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생보업계는 유동화 대상인 종신보험 자체가 통상 가입금액 1억원 안팎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수령액이 크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한다. 보장금액이 처음부터 크지 않다 보니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해약환급금과 유동화 지급액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신규 신청자의 건당 평균 초년도 지급액은 409만원, 월 환산으로는 약 34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당국이 집계한 제도 도입 초기 월 37만9천원보다도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여기에 외화(달러) 종신보험의 경우 시중 금리와 환율 변동성에 따라 실제 수령액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액·단기납 제외에 대출자 불가…높은 문턱과 인지도 부재

또한 생보업계는 이 같은 저조한 신청률의 배경으로 복잡한 가입 요건과 유가족 보장 축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된 변액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 등을 애초 유동화 대상에서 제외했고, 기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남아있는 경우에도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 자격 역시 만 55세 이상, 보험료 납입을 완료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9억원 이하) 계약자로 한정돼 있어 대상 자체가 넓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크지 않은 반면 이용 대상은 제한적이어서 제도 확산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가입 조건 완화 역시 개별 보험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는 "상품 조건은 협회와 금융당국 차원의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특정 보험사가 임의로 조건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소비자 인지도 부족도 주요 변수다. 종신보험 가입자 상당수가 자신이 유동화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수고, 신청 이후 실제 수령액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선뜻 신청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비대면·서비스형 결합으로 반전 모색…철회권 등 소비자 보호 강화

이 같은 성적표에도 생명보험사들의 제도 개선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시행 초기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영업점 대면 신청만 허용했던 창구를 이후 모바일 앱과 화상 상담 등 비대면 채널로 확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단순 현금 지급을 넘어, 유동화된 보험금으로 자회사형 요양시설 입소비나 간병인 비용을 직접 결제하거나 주요 질병(암·뇌출혈·심근경색 등)에 대한 건강관리 서비스(전담 간호사 배정, 투약 상담, 진료·입원 수속 대행 등)를 받을 수 있는 '현물·서비스 연계형'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 등은 이러한 헬스케어 플랫폼 결합을 통해 고령층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함께 도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국 역시 연 1회 지급 방식을 월 지급형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 개편을 추진하고, 톤틴·저해지 연금보험 등과 연계한 신상품 출시도 독려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 보호 장치도 가동 중이다.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 수령 개시 후 15일 이내에는 계약자가 유동화를 철회할 수 있으며, 보험사의 설명 의무가 불충분했을 경우 3개월 이내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은 기존 종신보험 해지를 유도해 유동성 혜택이 강조된 신상품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승환 계약' 등 편법 영업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내 확대와 문턱 완화가 관건…하반기가 실질적 안착 분수령

전 생보사 확대 시행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아직 초고령사회 노후 소득 공백 대응의 실질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제도가 단기간에 서둘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심화하는 노후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논의돼 온 사안"이라며 "시행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성급한 평가보다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낮은 신청률과 제한적인 수령액, 까다로운 가입 요건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함께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지도 제고와 신청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편 개별 소비자 차원에서는 유동화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본인의 건강 상태와 자산 구성, 상속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한 번 확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은퇴 시점의 소득 흐름뿐 아니라 장기적인 보장 공백까지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월 지급형 전산 개편과 연계 연금상품 출시가 본 궤도에 오르는 올 하반기부터가 제도의 실질적인 안착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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