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태근 변호사
이 과정에서 소송의 향방은 단연 하자 진단서의 정밀함에서 갈린다. 물론 판결문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기초로 작성되지만 그 감정의 방향타를 잡는 것은 소송 초기 단계에서 제출하는 전문적인 진단 결과물이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결여된 단순 불만 제기는 법정에서 증거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입주자들은 보이지 않는 하자를 법리적 언어로 치환하여 재판부에 전달해야 한다.
재판에서 하자의 입증 책임은 그 존재를 주장하는 측, 다시 말해 입주자들에게 주어진다. 단순히 "물이 샌다"는 주장보다 "설계도면 대비 특정 공정이 누락되어 결로가 발생했으며 이는 건축물의 내구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구체적 기술이 더욱 유리하다. 또한 입주자들이 하자 진단서를 준비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로, 진단서는 항목의 포괄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용 부분의 미세한 균열부터 공용 부분인 옥상 방수, 지하 주차장 누수, 나아가 단지 내 식재 고사까지 법령이 정한 담보책임 범위 내의 모든 항목을 망라해야 한다. 소방 시설이나 전기 설비처럼 입주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기능적 하자를 진단서에 포함시켰을 때, 배상액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으므로 하자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둘째로, 도면과의 정합성이다. 판례는 사업승인도면과 실제 시공의 차이를 하자의 주요 근거로 삼는다. 정밀 진단을 통해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된 변경시공과 아예 시공되지 않은 미시공 사례를 데이터화하여 제출하면 시공사가 “관리를 부실하게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쳐도 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재판부로 하여금 시공사의 귀책 사유를 명확히 인지하게 하며 과실 상계를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제척기간 내에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하자보수 청구권은 하자의 종류에 따라 2년에서 10년의 짧은 유효기간을 갖는다. 소송 중 기간이 도과하여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진단서는 단순히 현재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해당 하자가 기간 내에 발생했음을 과학적으로 소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도권재건축재개발조합연합회 자문위원장이자 부동산/도산법 전문 변호사로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보유한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부동산전문변호사는 "많은 단지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저가 진단 업체를 이용하거나 법률 검토 없이 소송에 임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하자보수소송은 건축과 법률이라는 두 가지 전문 영역이 만나는 접점이므로, 정밀한 자산 가치 평가와 법적 근거가 결합하여 상대방의 방어 논리를 무력화해야 한다. 전문가의 조력으로 완성된 하자 진단서는 하자보수소송은 물론, 소송 전 시공사와의 협의 단계에서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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