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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유통업계, 1등만 살아남았다. 쿠팡·이마트·올리브영 독주체제 굳혀

승자 독식 가속화

안재후 CP

2025-05-21 15:14:26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올해 1분기, 유통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과 고객 충성도가 높은 채널별 선두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극심한 소비침체에도 불구하고, 쿠팡과 네이버가 지배하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 이마트가 선도하는 대형마트 업계, CJ올리브영이 장악한 건강·미용(H&B) 시장에서 '승자독식'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한정된 지출 여력을 가격 경쟁력과 신뢰도가 검증된 대형 업체에 집중하는 현상이 뚜렷해졌음을 시사한다.

불황기 유통업계, 1등만 살아남았다. 쿠팡·이마트·올리브영 독주체제 굳혀


쿠팡·네이버, 온라인 쇼핑 '양강 체제' 공고화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쿠팡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1조4876억원(79억800만달러)으로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달러 기준 매출 증가율은 11.2%로, 극심한 소비침체 속에서 이룬 호실적이라는 평가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 시스템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 기반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쿠팡와우 멤버십을 통한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불황기에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료 배송과 특별 할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종합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시장지배력도 크게 강화됐다. 데이터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쿠팡의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금액은 9조2976억원으로 주요 이커머스 10개사 합산 금액의 63.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57.3%)보다 6%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로, 단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음을 보여준다.

쿠팡의 대항마로 꼽히는 네이버 역시 커머스 부문 1분기 매출이 12.0% 늘어난 787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직매입 구조인 쿠팡이 자체 보유 상품 판매를 통해 매출을 늘렸다면, 오픈마켓 형태의 네이버는 입점사들의 판매 호조로 수수료 매출이 증가했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의 강점을 바탕으로 쇼핑 검색과 결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으며, 특히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 편의성 향상이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가 지난 3월 12일 출시한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가 1분기 실적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네이버플러스스토어는 기존 네이버 쇼핑과 달리 별도의 전용 앱으로, 최저가 보상이나 무료 반품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쿠팡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 온라인쇼핑몰의 허리층을 형성하는 토종 플랫폼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SSG닷컴 1분기 매출은 35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감소했고, G마켓은 2006억원으로 21% 줄었으며, 11번가는 1139억원으로 30%나 감소했다. 이들 업체는 만성적인 손실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규모 프로모션과 할인 행사를 축소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이는 소비자들의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중견 규모 플랫폼들이 지속적인 적자 운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고객 이탈로 시장 점유율 하락이 더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충성도 차이도 뚜렷했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온라인 쇼핑몰 재구매율은 쿠팡이 83%에 달한 반면, SSG닷컴은 43.29%, G마켓은 48.33%, 11번가는 47.71%로 모두 50%를 밑돌았다. 이는 쿠팡 구매 고객 10명 중 8명 이상이 다시 찾는 반면, 다른 쇼핑몰은 절반도 안 되는 고객만이 재방문한다는 의미로, 충성도 측면에서 큰 격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3월 기준 1인당 구매액도 쿠팡이 9만9434원으로 가장 높았고, SSG닷컴은 9만8186원으로 근접했지만, G마켓(4만204원)과 11번가(3만3512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SSG닷컴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몰을 겸하며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 구성이 많아 객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쿠팡의 생필품 중심 구매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불황기 유통업계, 1등만 살아남았다. 쿠팡·이마트·올리브영 독주체제 굳혀


이마트, 대형마트 시장 선두 공고화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할인점 2위 홈플러스의 돌발적인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선두 기업인 이마트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마트는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이 4조6258억원으로 10.1% 증가한 반면, 3위 업체인 롯데마트(국내 사업 기준)는 1조184억원으로 3.4% 감소했다. 이러한 대조적인 실적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도 '강한 자가 더 강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마트의 성장 비결은 슈퍼마켓 체인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편의점 이마트24 등을 포함한 통합매입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매달 '가격 파격 선언', '고래잇 페스타' 등 대규모 행사를 연달아 진행하며 경쟁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특히 필수 생활용품과 신선식품 위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불황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또한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인 '옴니채널' 강화를 통해 SSG닷컴, 쓱배송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객 접점을 다양화했다. 비록 SSG닷컴의 실적은 부진했지만,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을 온라인으로 유도하고, 온라인 고객의 오프라인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전략으로 1분기 이마트의 고객 수는 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필품과 식품 위주의 소비가 강화되는 불황기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신선식품 매출이 크게 증가한 점이 이마트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일부 고객이 이마트로 이동한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매년 1~2%씩 감소하던 대형마트 전체 고객 수가 이마트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은 시장 내 고객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이후 2등 마트의 부재로 인한 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H&B 시장 독주

건강·미용(H&B) 분야에서는 CJ올리브영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였다. 올리브영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1조2342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이른바 '립스틱 효과'로 불리는 소액 사치재 소비가 유지되었음을 보여준다. 기분 전환이나 자기 위안을 위한 소비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같은 상품군이 선호된 결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은 전국 1,300여 개에 달하는 매장 네트워크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객 접점을 확대해왔다. 특히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과 독점 유통 제품 확보를 통해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종합 헬스&뷰티 전문점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기반 신용·체크카드 결제 점유율도 67.4%로, H&B 업종에서는 쿠팡에 버금가는 지배력을 구축했다. 2위 업체인 롭스, GS왓슨스 등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로, 사실상 H&B 시장은 올리브영의 독점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H&B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성공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선도하는 큐레이션 능력과 소비자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상품 구성이 주요했다"며 "올영세일과 같은 주기적인 대규모 할인 행사도 고객 유입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올영픽' 같은 체험형 매장 도입, 멤버십 프로그램 강화 등을 통해 고객 경험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불황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승자독식' 심화될 전망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채널별 1위 사업자 중심의 '승자독식' 현상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침체로 지출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핵심 요소는 가격과 신뢰도인데, 이는 시장지배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 증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업체들에게 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자체 물류 인프라 운영을 통한 효율성 제고,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소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 패턴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도 대형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인프라와 배송 시스템, 디지털 마케팅 역량 등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형 업체들이 변화된 환경에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고객 기반에 사업을 확장할 체력도 충분한 경쟁 우위 사업자들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침체가 장기화할수록 1등 중심의 '판짜기'는 더욱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대와 신사업 진출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쿠팡의 로켓배송, 이마트의 자체 물류 인프라, 올리브영의 독점 상품 등 각 기업이 구축한 진입장벽이 불황기에 더욱 견고해지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점점 더 제한된 수의 대형 유통업체로 집중되는 현상은 중소 유통업체들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결국 유통시장의 다양성 감소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균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중소 유통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틈새시장 공략,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 지역 밀착형 서비스 등 대형 업체와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대형 유통업체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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