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8.11(월)

[재계 新 혼맥 ⑫ 범현대가] 정주영 가문 혼맥 네트워크. 한국 경제사를 이끌다

연애결혼 고집하며 주요 인맥 구축 … 4세대 통해 글로벌화 가속

안재후 CP

2025-08-11 11:12:11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강원도 통천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한국 최대 재벌군을 일군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창업주. 그가 남긴 유산은 기업만이 아니었다. 3세대에 걸쳐 형성된 정주영 가문의 혼맥 네트워크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영향력의 토대가 되었다.

현재 정주영 직계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HD현대, 현대해상 등을 경영하고 있고, 형제 직계는 HL그룹, HDC, KCC 등을 이끌고 있어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구축한 혼맥 네트워크는 경제계를 넘어 정치, 법조, 의료, 언론, 스포츠계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인맥으로 발전했다.

형제들과 시작된 현대가의 역사

정주영은 부친 정봉식과 모친 한영실의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형제들은 단순히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 현대가가 오늘날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함께한 동지이자 사업 파트너였다. 이들의 혼맥은 각각 독립적인 대기업집단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첫째 동생 정인영(1920~2006)은 김월계와 결혼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6·25 전쟁 당시 미군 통역을 통해 형 정주영에게 미군 발주 공사를 연결해주며 현대건설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한라그룹(현 HL그룹)을 창업했다.

둘째 동생 정순영(1922~2005)은 박병임과 결혼하여 성우그룹을 창업했다. 현대건설 부사장으로 일하다 1970년 현대시멘트 사장을 맡으면서 분가한 그는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했다.

유일한 여동생인 정희영(1925~2015)은 김영주 전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매제를 통해 프랜지공업 그룹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넷째 동생 정세영(1928~2005)은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으로 '포니 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74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인 현대 포니를 개발한 그는 현재 HDC그룹의 모태인 현대산업개발을 담당했다.

다섯째 동생 정신영(1931~1962)은 서울대 음대 출신 첼리스트 장정자와 결혼했다. 장정자는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로, 32세에 요절한 정신영 대신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하며 교육계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막내 동생 정상영(1936~2021)은 조은주와 결혼하여 KCC그룹을 창업했다. 형 정주영의 유학 권유를 거절하고 독자적으로 금강스레트공업을 설립하여 건축자재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결혼에 자율성 부여 … 현대가만의 가풍

정주영은 부인 변중석(1918~2000)과의 사이에서 8남 3녀를 두었다. 그는 자녀들의 배우자 선택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는데, 이는 다른 재벌가와 차별화되는 현대가만의 독특한 가풍이 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정몽구(1938) 명예회장과 고 이정화(1939-2009) 여사의 만남은 현대가의 '연애결혼' 전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의 자녀들 역시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혼맥을 형성했다.

장녀 정성이는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하여 의료계와 연결됐고, 차녀 정명이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결혼하여 금융업계와의 고리를 만들었다. 막내딸 정윤이는 신성재 삼우 부회장과 결혼했으나 2014년 이혼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인 정의선 회장(1970)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1973)씨와 연애 결혼하였다. 정지선씨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으며, 장인인 정도원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몽근(1942)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인 우경숙(1951) 고문과 결혼했다. 그의 아들 정지선(1972) 회장은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 황서림(1972)씨와 연애결혼했다. 황서림씨는 뉴욕근대미술관(MoMA) 부지배인 출신 미술관 경영 전문가로 예술계와의 혼맥을 형성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교선(1974)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대원강업 허재철 전 회장의 장녀 허승원(1975)씨의 결혼이다. 2022년 대원강업이 현대백화점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혼맥이 직접적인 사업 확장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정치·언론계까지 아우르는 HD현대 네트워크

범현대가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전략적인 혼맥을 자랑하는 것은 HD현대의 정몽준(1951) 총수 가문이다. 그는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막내딸 김영명(1956)과 1977년 결혼하여 정치권과 언론계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동조 전 장관 가문의 혼맥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될 만큼 화려했다. 김영명의 언니 김영숙은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장모이고, 또 다른 언니 김영자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결혼하여 언론계와 재계를 잇는 핵심 허브 역할을 했다.

김영명 이사장은 시아버지 정주영 회장이 88올림픽 유치활동을 할 때 지근거리에서 수행했고, 남편인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2002월드컵 유치활동을 할 때 FIFA 집행위원 아내들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보낸 일화로 유명하다. 이처럼 정몽준-김영명 부부는 정치권과 언론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맥을 바탕으로 현대가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기여했다.

한국 재계의 허브로

HDC그룹의 정몽규(1962) 회장 가문은 한국 재계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독특한 혼맥 구조를 보인다. 누나 정숙영이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노경수 교수와 결혼하면서 삼성·풍산 등 주요 재벌가와 연결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정몽규 회장 본인은 김성두 전 대한화재해상보험 사장의 딸 김줄리앤(1966, 한국명 김나영) 대표와 결혼하여 금융업계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했다.

KCC그룹은 범현대가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배경의 혼맥을 보여준다. 정몽진(1960) 회장은 빙그레 창업주의 딸 홍은진씨와 음악을 매개로 결혼했고, 정몽익(1962) 회장은 롯데그룹과 한진그룹을 잇는 복합적인 혼맥을 형성했다. 특히 정몽익 회장의 첫 부인 최은정씨는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외조카로, 그의 언니가 한진해운 조수호(1954~2006) 회장과 결혼하여 현대·롯데·한진 3대 그룹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4세대에 들어서면서 현대가의 혼맥은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부부의 장남 정준(1994)씨가 2022년 프로골퍼 리디아 고(1994)와 결혼한 것은 글로벌 스포츠 인맥으로 확장되는 현대가의 네트워크 다각화를 의미한다.

정의선 회장의 장녀 정진희(1996)씨가 MIT 박사 출신 벤처기업가인 김지호(1995)씨와 결혼한 것은 현대가가 미래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혼맥을 통해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 분야로의 확장을 도모하는 현대가의 미래 비전을 보여준다.

정몽원(1955) HL그룹 회장의 차녀 정지수(1995)가 백지연 전 MBC 앵커의 아들 강인찬(1996)씨와 2023년 결혼한 것은 방송계 출신들 간의 인연이 자녀 세대로 이어진 흥미로운 사례다.

연애결혼 고집하며 전문성 확보

현대가 혼맥의 가장 큰 특징은 정략결혼이 없는 가풍이다. 정주영 창업주부터 시작된 이 전통은 4세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재벌가와 차별화되는 현대가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연애결혼을 고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혼맥을 형성하여 그룹의 사업 다각화와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의료계, 금융업계, 법조계, 언론계, 스포츠계, 기술업계 등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 걸쳐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과의 연결고리를 확보했다.

4세대에 들어서면서는 미국 유학 중 만난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어 현대가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과의 혼맥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골퍼 리디아 고와의 결합은 글로벌 스포츠 네트워크까지 확장하는 사례로, 현대가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혼맥이 사업으로, 사회 영향력으로

현대가의 혼맥은 단순한 가족 관계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시너지와 사회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과 허승원씨의 결혼을 통해 대원강업이 현대백화점그룹으로 편입된 것은 혼맥이 직접적인 사업 확장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정몽준-김영명 부부를 통한 정치권·언론계 네트워크, 정지선-황서림 부부를 통한 법조계 연결 등은 현대가가 경제적 영향력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포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적 이익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기반이 되고 있다.

ESG 시대 새로운 혼맥 문화의 가능성

현재 정의선, 정기선, 정지선, 정교선 등 3세대가 각 그룹의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4세대들이 구축해 나갈 새로운 혼맥 네트워크가 각 그룹의 미래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HL그룹의 개신교 신앙 공동체 중심 혼맥이나 전문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혼맥 패턴은 ESG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기업 문화 형성의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술 혁신, 환경 보호,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미래 과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혼맥을 통한 전문성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주영 가문의 혼맥 네트워크는 이제 단순한 사업적 결합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문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영향력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연애결혼'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혼맥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현대가의 접근 방식은 한국형 기업 가문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4세대로의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계속 주목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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