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명예회장과 박영자 여사의 운명적 만남
HDC그룹 가문의 혼맥 이야기는 정세영(1928-2005)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로맨틱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1958년 여름 뉴욕에서 친구 정준두씨의 소개로 단발머리 여학생을 만난 정세영 명예회장은 당시 23세 이화여대 정외과 3학년이던 박영자(1936) 여사에게 첫눈에 반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세 번째 만나던 날 한강으로 보트를 타러 가서 배 안에서 청혼을 했다. 만난 지 100일도 안 된 9월에 약혼하고 10월에 결혼한 정세영 명예회장과 박영자 여사는 맏딸 숙영, 장남 몽규, 막내딸 유경을 얻었다. 이들 자녀들은 모두 '반 중매 반 연애'로 명문가 자제들과 혼맥을 맺으며 광범위한 혼맥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정숙영 대표-노경수 교수의 결혼
정몽규 회장의 누나 정숙영(1959) 갤러리 아트스퀘어 대표는 노신영(1930-2019) 전 국무총리의 장남인 노경수(1954)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와 결혼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노경수 교수는 행정학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이 혼맥을 통해 정몽규 회장 가문은 노신영 전 총리 가문과 연결되며, 이는 한국 재계의 핵심 가문들과 광범위한 혼맥 관계를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노신영 전 총리 가문은 한국 재계 혼맥의 허브 역할을 하며, 여러 주요 재벌가를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가문과의 연결
노신영 전 총리의 차남 노철수 애미커스그룹 회장은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과 결혼했다. 홍라영씨는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딸로, 언니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남편이 바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를 통해 정몽규 회장 가문은 삼성 가문과도 혼맥으로 연결되게 되었다.
노신영 전 총리의 막내딸 노혜경 풍산그룹 고문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결혼했다. 이로써 현대, 삼성, 풍산 등 주요 재벌가가 모두 노신영 전 총리 가문을 통해 혼맥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정몽규 회장과 김줄리앤 대표의 결합
정몽규 회장은 1990년 28세의 나이에 김성두(1941) 전 대한화재해상보험 사장의 딸인 김줄리앤(1966, 한국명 김나영) 대표와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연세대 수학과 출신으로 키도 크고 미인이라는 평을 들었던 김줄리앤 대표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김성두 전 사장은 당시 현대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1990년 지분 51%를 출자해 한국생명보험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김줄리앤씨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 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 대표와 호텔HDC 감사를 맡고 있으며, 삼남 정운선씨의 개인 회사인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유경, 김종엽과 결혼으로 정치권 연결
정몽규 회장의 여동생 정유경(1970) 전 코테데코 이사는 김석성 전 전방 회장의 장남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와 결혼했다. 이 결혼은 HDC 가문과 현대그룹, 그리고 정치권 간의 연결고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석성은 김창성 전 경총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김창성의 누나인 김문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이고 김창성의 동생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이를 통해 정몽규 회장 가문은 현대그룹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도 확보하게 되었다.
언론계와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정몽규 회장 가문의 혼맥은 언론계와도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다.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의 오빠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통해 중앙일보와 연결되고,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의 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이모가 홍라영씨라는 점에서도 연결된다.
김재열 총괄사장의 형인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의 관계를 통해 동아일보와의 혼맥도 형성되어 있어, 주요 언론사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차세대 경영진의 성장과 미래 전망
정몽규 회장의 세 아들은 모두 명문대 출신으로 각각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남 정준선(1992) 카이스트 교수는 영국의 최고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다. 2023년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치과의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정 교수는 최근 HDC그룹의 IT 계열사인 HDC랩스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정교수는 지분 100%를 보유한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HDC지분 0.49%(29만주)를 가지고 있다.
차남 정원선(1994) 부장은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DXT(Digital Transformation Team)에 근무하고 있다. 이 부서는 디지털 전환(DX) 가속화를 내세워 신설한 최고경영자(CEO) 직속 부서이다. 정부장은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HDC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는 정 씨가 2022년 1월 설립한 회사로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정부장은 그룹 지주사인 HDC 지분의 0.28%(17만주)를 보유했다가 지난 2022년 2월 이를 개인 투자사인 더블유앤씨엔베스트먼트에 출자했다.
삼남 정운선(1998)씨는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HDC 지분 0.22%(13만3300주)를 가지고 있다.
혼맥 네트워크의 특징과 의미
정몽규 회장 가문의 혼맥은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노신영 전 총리 가문을 중심으로 한 '허브형' 구조다. 노신영 전 총리의 장남은 HDC 가문과, 차남은 삼성 가문과, 막내딸은 풍산 가문과 각각 혼맥을 형성해 이들 재벌가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둘째, 언론계와의 광범위한 연결이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사와의 혼맥 관계를 통해 언론계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셋째,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관계를 통해 정치권과의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 가문의 이러한 혼맥 구조는 한국 재계의 전통적인 가문 중심 경영 체계와 네트워크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단순한 혼맥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언론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며, 향후 HDC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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