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투자증권이 12일 발표한 '양도세 대주주 기준의 숨은 쟁점, 감액배당' 리포트에 따르면, 감액배당을 실시한 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단 6곳에 불과했던 감액배당 실시 기업은 2024년 15개 기업으로 늘어났고, 배당 규모도 약 7,4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4월 25일까지 이미 40개 기업에서 8,800억원 규모의 감액배당이 이뤄져, 기업 수는 전년의 2배를 넘어섰고 금액도 작년을 상회하고 있다.
감액배당이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자금을 재원으로 주주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일반 배당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나눠주는 것과 달리, 자본준비금은 주식 발행 시 납입받은 자본의 성격을 띤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개인 투자자는 감액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 수익률이 실질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고, 기업 측면에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나 유동성 확보에 유리해 최근 몇 년간 활용도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대주주 등'의 기준이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현행 5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의 양도세 기준이 감액배당 과세 범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제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밝힌 만큼, 현행 50억원 기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올해 정기·임시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이 가결된 건수는 약 150건에 달한다. 특히 세제 개편안이 공개된 6월 이후부터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준비금 감소 결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성우(최대주주 지분율 74.5%), 한국큐빅(46.6%), 에스피지(38.7%) 등 주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당히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감액배당 과세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감액배당은 배당소득으로 과세하는 일반배당과 경제적 실질이 다르지 않으므로 경제활동 왜곡 및 과세 회피에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등은 한발 더 나아가 감액배당을 의제배당으로 간주해 일반 배당과 동일하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는 비교적 저항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안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시절부터 감액배당의 경제적 실질을 일반배당과 동일하게 보고 과세 회피 악용 소지를 지적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감액배당은 재무여건이 건전한 경우, 즉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하지만 그 한도가 정해져 있어 실제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더 많은 기업들이 감액배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감액배당을 둘러싼 현재 상황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업들은 기존 세제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 하고, 정부는 조세 정의와 형평성 차원에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맞닥뜨리게 된다.
앞으로 몇 달간 감액배당 관련 기업 공시와 주주총회 소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자본준비금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세제 개편이라는 큰 변화 앞에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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