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공식 식단 지침에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침은 장내 미생물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우어크라우트, 김치, 케피어, 미소 같은 발효 식품을 채소 및 고섬유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라"고 명시했다. 초가공식품으로 손상된 장내 미생물 균형을 되돌리기 위한 방안으로 발효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소식이 국내 시장에 알려지면서 김치 관련 주식들이 급등했다. 1월 9일 국내 증시에서 대상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1250원(14.1%) 오른 1만150원에 거래되었고, 자회사 대상은 1200원(13.4%) 오른 1만100원에 거래되었다. 풀무원은 580원(4.58%) 상승한 1만3240원, CJ제일제당은 4000원(1.97%) 상승했다.
사상 최대 수출액 기록, 글로벌 K-푸드의 대표주자 부상
수출량도 함께 증가했다. 2024년 김치 수출량은 4만7100톤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으며, 이는 2023년 4만4000톤, 2022년 4만1100톤 대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준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김치 수출의 2대 시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난해 미국향 수출량은 전년 대비 25.2% 증가했다.
식품업계와 정부는 미국 정부의 이번 지침이 향후 김치 수출을 크게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김치 수출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한 주가 많이 늘어나 김치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 주인공 대상, 종가 김치의 글로벌 확장
국내 포장김치 수출을 선도하는 기업은 단연 대상이다. 대상의 '종가' 브랜드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에서 2024년 9390만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종가가 국내 전체 김치 수출의 57.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대상아메리카 법인의 매출은 2021년 1188억 원에서 2023년 1601억 원으로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상은 미국 외에도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150억 원을 투자하여 대규모 김치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에 '김치' 공장을 짓는 것은 중국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라며 "종가 김치는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진출해 있고, 매년 신규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상은 마이슬린 3스타 셰프 '코리 리'와 협업하여 고메 에디션 '산호원 김치'를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 라인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 현지 생산 강화로 시장 점유율 확대 추진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50개국 이상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김치를 '글로벌 전략 제품' 중 하나로 지정하고, 특히 미국과 호주 시장에서 현지 생산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2023년 10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소재 한인 김치 제조업체 '코스모스푸드'를 인수하여 비비고 김치 생산을 시작했다. 베트남에 이어 미국에서도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호주에서는 최근 현지 업체와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비비고 김치 생산을 개시했으며, 현지 원재료로 생산된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2종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차별화된 기술력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비고 단지김치'의 소용량 편의형 용기에는 자체 개발 특허 기술을 적용했으며, 발효제어기술을 통해 수출 과정에서도 적정 숙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신김치보다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다.

풀무원, 월마트 입점으로 메인스트림 시장 공략
풀무원은 2016년 미국 두부 1위 브랜드인 '나소야'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김치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월마트, 크로거, 퍼블릭스 등 미국 대형 유통매장 총 1만여 개에서 풀무원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풀무원은 전북 익산의 글로벌 김치 공장에서 '썰은김치 매운맛', '썰은김치 순한맛', '깍두기 순한맛', '백김치' 등 4가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까지의 배송 시간을 고려하여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도록 첨단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2024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닐슨 조사 결과, 풀무원 김치는 월마트 등 메인스트림 채널에서 40.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업계의 과제, 수익성 개선과 규제 대응
한국 김치 산업의 글로벌 성장은 눈부시지만, 남겨진 과제도 있다. 대상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약 4.3% 수준으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 중 가장 낮은 편이다. '불닭볶음면'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는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한 2025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 심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8월 미국으로 수출된 김치 물량은 1043톤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지만, 수출액은 13.1%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로 현지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며 "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식단 지침이 가져올 파급 효과, 새로운 시작의 신호
미국 정부의 김치 공식 인정은 단순한 상징적 승리를 넘어선다. 미국의 식단 지침은 향후 5년간 학교 급식, 군 급식, 저소득층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 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영양 정책의 기준이 된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김치에 대한 수요를 공식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포트 월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세계 김치 시장 규모가 2025년 42억8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 신흥 시장으로의 확대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김치를 대표적 발효 식품으로 제시해 김치가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며 "김치 해외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식품기업들은 이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현지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각국의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제품을 개발하며,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 인정은 '한국 김치'가 더 이상 한식당의 반찬이 아닌,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음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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