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R&D부터 생산·마케팅·지원 등 모든 업무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90년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AI 시대의 기회를 선점하고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다.
AI가 경영진의 리더십이 된다
삼성이 조직 전체를 움직이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것은 경영진이다. CEO의 AI 문해력이 대전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은 이달 중 전국 관계사 사장단 50여 명을 대상으로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Boot Camp'를 인재개발원에서 2일간 집중 실시한다. 전 관계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히 AI의 개념을 배우는 수준이 아니다. 경영진들이 직접 손으로 AI를 다루고, 업무에 체화하는 실습형 교육이다.
교육을 받은 한 임원은 "AI를 체계적으로 배우면 이렇게 쉽고 또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솔직히 놀랐다"며 "현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즉각적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학습을 넘어, 조직을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느낀 생존의 절박함이었다.
사장단을 시작으로 전 관계사 임원 2,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8월 12일까지 각 차수별로 2박 3일씩 진행된다. 삼성은 이들이 AI를 기반으로 업무를 직접 재설계하고 조직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정기적인 추가 교육도 이어갈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26년 내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6월 중 Gemini·ChatGPT·Claude 등 공식 도입
교육과 동시에 삼성은 현실적인 도구도 전개한다. 6월 중 전국 모든 관계사를 대상으로 Gemini, ChatGPT, Claude 같은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한다는 뜻이다. 이는 AI가 더 이상 실험실 속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일의 업무 도구가 된다는 선언이다.
소프트웨어·마케팅 분야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다. 개발과 제조를 포함한 모든 업무 영역에 AI를 대대적으로 적용해 업무 혁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AI를 새로운 기술이나 단순한 업무 개선 도구로만 보지 않는다. 경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혁신의 기법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 모멘텀 발굴의 시발점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직무와 조직 특성을 고려해 세부 운영 정책을 지금 마련 중이고, 임직원들이 필요한 AI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정책을 지속해서 고도화할 방침이다.
전담조직 신설과 보안 체계 구축
조직 차원의 지원 체계도 갖춘다. 삼성은 전국 모든 관계사에 AI 전담조직을 신설한다. 각 사의 특성에 맞춘 AX 추진 전략 수립, 데이터 및 모델 운영 관리, AI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할 전문 조직이다. 이들은 그룹 전반의 AI 전환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AI 활용 확대와 리스크 통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교한 보안 체계도 구축한다. 외부 생성형 AI의 전면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기업 정보 유출이나 보안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CEO가 직접 주도하는 8대 업무 혁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회장과 경영진이 서 있다. 이재용 회장은 개발·구매·제조·물류·마케팅·판매·서비스·경영지원 등 8대 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AI를 적용해 경영 혁신을 주도한다. 최고 지도자가 'AI Native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직접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삼성이 보여온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90년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와 위기 속에서 선제적 변화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던 경험이 있다. 세계 최초의 AI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로 시작해 AI 가전과 AI 글라스까지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온 제품 전략도 있다.
이제 삼성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AI 생태계 구축에 이어, 조직 DNA 자체까지 AI를 바탕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나가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일하는 방식과 마음가짐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어떠한 기업도 한 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이 결정을 낳았다.
삼성은 이번 'AI 대전환'을 'AI Native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혁신의 출발점으로 정의하고 있다. AI 시대의 기회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가기 위해, 조직 전체가 움직이는 지금 그 시작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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