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금융 계열사 컨트롤타워인 금융일류화TF가 작년 말 정부 밸류업 기조에 맞춰 TAI 평가 항목 중 '주가상승률' 배점을 5%에서 20%로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 주가만 급등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상승률이 미미하면서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만 A등급 독주…실적·주가 동반 급등이 배경
29일 삼성금융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TAI 평가에서 삼성생명만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나머지 금융 계열사는 한 단계 아래인 'B등급'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전년 동기(6천353억원) 대비 89.5% 급증한 수치로, 2025년 연간 순이익(2조3천28억원)의 절반을 단 1개 분기 만에 달성하며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돈 것으로 평가된다. 배당수익 증가와 자회사 연결손익 확대가 맞물려 투자손익(1조2천729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125.5% 확대된 점이 실적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 역시 연초 이후 반년 만에 218%가량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보통주 7천336만주·우선주 1천36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동반 상승한 점이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었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자사주 소각에 따른 합산 지분율 상승으로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상 10% 초과 우려가 불거지자,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식을 합산1조4천300억원 규모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처분하기도 했다.
삼성생명 내부에서는 A등급에 대한 확신이 강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당연히 A 아니겠어요, 이렇게 성과가 좋은데 B를 줄 리가 없죠"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6월 강남권역 핵심 오피스인 SI타워(서울인터내셔널타워) 매각에서 발생한 일회성 이익을 반영해 가까스로 A등급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이 같은 대형 매각이익 호재가 없는 데다, 주가 상승률마저 삼성생명에 크게 뒤쳐져 B등급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주가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진 삼성카드·삼성증권도 비슷한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기조 반영한 배점 확대…계열사 간 주가 격차로 형평성 논란
지급일이 임박했음에도 최종 결정이 미뤄지는 배경에는 금융일류화TF가 주도한 산식 개편이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맞닥뜨린 사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일류화TF는 2017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신설된 조직으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사업 전략·인사·성과 보상 체계를 총괄 조율해왔다.
이 TF가 작년 말 주가상승률 배점을 기존 5%에서 20%로 확대한 것은,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를 내부 보상 체계에 반영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려는 의도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 반기에 의도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주가가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면서, 20% 배점을 그대로 적용하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계열사 모두 주가 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받아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올해 상반기에 한해 주가상승률 배점을 조정하거나 산식을 임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는 개별 회사의 노력만으로 좌우되기 어려운 외생 변수 측면이 있다"며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처럼 그룹 내 특수한 이벤트가 계열사 간 주가 격차를 크게 벌린 상황에서, 이를 성과급 지표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지급률 확정 지연과 산식 재검토 움직임을 두고 "배점을 올릴 때의 취지와 지금의 상황이 엇갈린다"는 당혹스러운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공지된 산식대로 평가받을 것을 기대했던 삼성생명 임직원들로서는 TF의 조정 논의가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B등급 후퇴와 제도 불확실성이 겹친 타 계열사 임직원들도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어 금융일류화TF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모이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성과급 체계 전반이 격변기…TF 결정이 분수령
이번 TAI 논란은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성과보상 체계가 격변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올해 1월 29일 삼성전자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TAI를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 반면 경영 성과에 연동되는 OPI(초과이익성과급)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부정했다.
이 판결 이후 삼성전자는 TAI를 반영한 퇴직금 지급 기준으로 선제적으로 전환했고, DS(반도체)부문에는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며 성과보상 구조를 손질했다.
삼성SDS 역시 TAI·OPI 등 기존 현금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주식 기반 보너스 단일 체계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놓고 전 직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등 그룹 내 보상 체계 논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성과급 산식의 사후 변경은 제도 신뢰도를 훼손하고 임직원 동기부여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번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향후 유사 상황에 대비한 예외 규정이나 조정 상한선 등 명확한 보완 장치를 함께 제시해야 구성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일류화TF가 이번 상반기 TAI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는 단순한 지급률 결정을 넘어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성과주의 문화와 내부 결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 산식을 고수해 삼성생명의 A등급을 인정할지, 아니면 배점을 조정해 계열사 간 형평성을 추구할지에 따라 향후 제도 개편 방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어서, 오는 7월8일 지급일을 앞두고 금융일류화TF의 최종 결정에 금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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