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오는 12월까지 근퇴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이미 확정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이 같은 개정 작업의 실무를 뒷받침할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도 열렸다.
550조원을 넘어선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20년 만의 제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금융권의 시선은 이번 개정안에 쏠리고 있다.
신규 실무진과 업계 60~70명 첫 대면…개정 동력 재확인
이날 간담회에는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과 새로 보직을 맡은 담당 사무관·주무관들이 참석해 금융권 사업자들과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이번 개정 동력의 핵심은 고용부가 앞서 출범시킨 노사정 전담팀(TFT)으로, 고용부·금융당국 및 노사 단체 관계자, 퇴직연금 전문가 등이 참여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수탁법인 자격 요건과 내부 지배구조 등 세부안을 다듬어 왔다.
이번 간담회는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 온 이 같은 제도 설계 작업이 공개 논의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기금형 도입과 단계적 의무화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형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개선안이 대거 포함됐다"며 "정부 측에서 이번이 제도 개정을 이룰 최적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법 개정 의지를 내비쳤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3대 유형 기금형 설계 다듬는다…세 번째 도전 성공할까?
이번 개정의 핵심 축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신규 도입과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다. 고용부는 지난 7월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3가지 유형에 대한 기금형 활성화 제도 설계를 마쳤다. 이를 토대로 현재는 700쪽 분량에 달하는 세부 설계안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기금형 제도 도입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성사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는 분석이다. 2014년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통해 처음 제도화가 추진됐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2016년 고용노동부가 근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도, 2019년 정치권 차원의 제도 개선안이 논의됐을 때도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 같은 반복된 무산 이력 탓에 이번 개정안이 실제 법 개정으로 결실을 맺을지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하위법령 제정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사업자 인허가 기간 등이 별도로 요구되는 점을 감안해, 시장 적응을 위한 경과 규정 및 유예기간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NPS 참여·ETF 실시간거래 뜨거운 감자…현안 산적
이날 간담회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민감 현안을 둘러싼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국민연금공단(NPS)의 퇴직연금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함께 도마에 오른 것은 은행권이 요구해온 퇴직연금 ETF 실시간 매매 허용 문제로, 금융투자업계와의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시간 ETF 거래 허용이 사실상 증권 브로커리지 업무를 은행에 넘겨주는 조치라는 반발이 나온다. 2021년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 이후 관계 법령에 변화가 없는 만큼, 결론이 쉽게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는 맞대응 격으로 디폴트옵션 내 예적금 상품 비중 축소와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상품 편입 등을 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사업자들의 마케팅 비용 3만원 제한 규제는 타 금융권 규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연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평가 방식도 손질된다. 단순히 하위 20%를 공개하는 현행 방식 대신, 심각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승인 취소나 변경 권고 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최소적립금 미달 500곳 정조준…솜방망이 제재 벗어날까?
고용부는 퇴직연금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감독 행정의 고삐도 죄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중 최소적립금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 500곳을 대상으로 집중 실태 점검에 착수하며, 시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조치까지 강행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점검이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실이 2024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소적립비율(최소적립금의 95%) 미충족 사업장은 5만6천89곳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2023년 고용부가 실제로 내린 과태료·행정지도 처분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DB형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소적립의무 자율시정기간을 운영해 왔다. 이번 하반기 500곳 실태점검은 이 자율시정기간이 종료된 직후 이뤄지는 첫 본격 단속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감독 사각지대가 실제로 해소될지에 업계 안팎의 눈길이 쏠린다.
CEO 간담회로 이어지는 개편 드라이브…560조 시장 분수령 되나?
고용부는 이번 실무진 간담회를 시작으로 향후 고용노동부 장관 및 금융감독원장이 공동 주재하는 퇴직연금사업자 CEO 간담회를 개최해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 자체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랠리에 힘입어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최대 60%를 웃도는 등 이례적인 성과를 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수익률을 장기 평균으로 오인해서는 안 되며, 3분기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자산 분산과 장기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 속에 금융권에서는 올해 남은 5개월이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규모는 올해 2분기 기준 554조원을 기록하며 56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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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0708441508581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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