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선 텍사스A&M대학교 박사의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공장이 폐쇄되면서 지난해 2월 초~3월 중순 사이 중국의 탄소 배출이 18% 감소했다. 유럽과 이탈리아의 3월 배출량도 27%가량 감소하면서, 글로벌 사회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지구 환경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패턴 또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7% 감소한 가운데, 교육용·상업용 에너지 소비는 25~30% 줄어든 반면 주거용 에너지 소비는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감소한 온실가스 배출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 배출량이 다시 급증한 바 있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리바운드(rebound)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위축된 글로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 연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기후 예측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에는 상업용 비행기가 온도·풍속·풍향 등 약 70만 개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이동이 멈추면서 상업용 비행기의 비행 자체가 줄어들었고 85~90%의 데이터 수집도 중단됐다. 대기·기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데이터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 기상 재해에 대비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각국의 예산이 코로나19 대응책 마련에 집중 편성되면서, 기후변화 관련 예산은 대폭 감소하고 있어 코로나19 종료 이후 환경 오염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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