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3(일)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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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관리가 허술해 최근 4년간 폐업한 의료기관들이 보유했던 마약류 의약품 174만개가 공적 감시망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현장 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어 상당량의 마약류 의약품이 불법 유통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식약처 정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식약처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행한 업무 중에서도 마약류 의약품 관리 등을 중점 대상으로 실시됐다.

식약처는 마약류 의약품의 전 과정에 대한 추적·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폐업할 때는 보유하던 재고 마약류 의약품을 다른 의료기관이나 도매상 등에 양도·양수하고 이를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으면 추적·관리가 불가능해 불법 유통 대상이 되기 때문에 처벌된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폐업 의료기관 920곳이 보유하던 마약류 의약품 174만여개에 대한 양도·양수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추적이 불가한 마약류 의약품에는 펜타닐과 레미펜타닐 4천256개, 프로포폴 7천78개, 케타민 1천97개, 졸피뎀 9만4천594개, 디아제팜 및 알프라졸람 116만3천814개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그런데도 식약처는 지방자치단체와 현장 조사 등을 하지 않고 있어 상당량의 마약류 의약품이 국가 감시망에서 이탈되고 불법유통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폐업 의료기관 13곳을 대상으로 표본(샘플) 조사를 해봤더니 5곳은 폐업 후에 마약류 의약품을 분실 또는 임의 폐기했다고 주장해 불법유통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A 의원은 2020년 5월 폐업하며 재고로 보유하던 프로포폴 등 1천936개를 타 기관에 양도하지 않고 관할 공무원 참관 없이 임의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경북 포항시 소재 B 의원도 같은 해 9월 폐업하며 향정신성의약품 5만2천개를 자택으로 가져와 보관하던 중 2만7천여개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들 5곳에 대해 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3곳 중 다른 5곳은 대표자가 연락 두절되는 등의 상황이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다른 2곳은 이미 관할 보건소가 고발 조치했으며 1곳은 처분 유예기간에 해당한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프로포폴 폐기량을 허위로 보고한다고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식약처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포폴 등 앰플 단위로 포장된 주사제 의약품은 환자에 따라 사용량이 달라 보통 포장을 뜯어 사용하고 남는다. 의료기관이 잔량 폐기량이 없다고 보고한 경우는 업무 편의나 감시 회피 목적으로 잔량을 허위 보고한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의 시스템 분석 결과, 최근 4년간 1만1천여곳에서 '프로포폴 사용 후 잔량이 없다'(폐기량 0)는 보고가 2만6천여 건에 달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폐기량이 아닌 사용량이 많은 의료기관을 위주로만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해 프로포폴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10곳을 샘플 조사한 결과 5곳에서 실제 프로포폴 사용 후 잔량 추정량이 약 33만㎖(약 4만7천544명분)이었는데, 이들 5곳은 모두 투약했다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허위 보고를 인정하며 전량 폐기했다고는 주장하나, 전량 폐기를 뒷받침할 증빙은 제시하진 못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식약처에 "폐업 의료기관을 순차 점검하고, 지자체가 폐업 의료기관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샘플 조사에서 위법이 확인된 폐업 의료기관은 관할 지자체에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프로포폴 등 주사제 마약류의 사용 후 폐기량에 대해서는 감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샘플 조사 결과 위법이 확인된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의뢰, 고발 등 조치를 하라고 밝혔다.(자료=연합)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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