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이 한계를 맞고 있다. 돌려막기 대출조차 힘들어지면서 갚지 못할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1년 새 2.5 배로 늘면서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현재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며, 작년 2분기 말(700조6000억원)과 비교해 6.2% 더 증가한 수치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연체액(13조2천억원)과 연체율(1.78%)은 1년 사이 역대 최대·최고를 기록했다.
이 자료의 연체액은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액 전체로 정의됐다. 연체가 시작된 만큼,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다중채무자의 특성상 해당 대출자가 보유한 모든 대출을 잠재적 최대 연체액으로 간주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연체율은 이렇게 추산된 연체액이 전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3분기 연체액 13조2000억원은 작년 2분기 말(5조2000억원)의 약 2.5 배에 이르고, 연체율도 0.75%에서 2.4 배인 1.78%로 치솟았다. 모두 역대 최대·최고 수준이다.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으로, 2020년 1분기(4억3000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인당 6억300만원에 이르렀고, 이어 대구(4억9100만원), 경기(4억2800만원), 부산(4억2700만원), 제주(4억2700만원)도 전국 평균(4억1800만원)을 웃돌았다.
1년 전과 비교한 증가율은 충북(7.9%·2억9300만원→3억1600만원), 서울(6.1%·5억6800만원→6억300만원), 광주(5.9%·3억3800만원→3억5800만원), 제주(5.8%·4억400만원→4억2700만원), 강원(4.5%·2억7만원→2억8200만원) 등에서 높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 대출 잔액이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곳은 세종(44%·5조6000억원→8조원)이었고, 대출자 증가율 1위 역시 세종(53.5%·1만3000명→2만명)이 차지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와 1인당 대출 잔액이 모두 역대 최대인 만큼,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들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은이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2분기 말 743조9000억원)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4.5%)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0.25%포인트(p) 높아질 때마다 전체 이자는 1조3억원 늘어난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연 73만원 정도다.
금리가 1.0%p 오르면 전체와 1인당 평균 이자는 각 5조2000억원, 291만원 급증한다.
금융 당국은 고금리 시대 자영업자의 이런 금융 부담을 강조하며 은행 등에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적 이자 감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요 금융권은 연말까지 구체적 이자 감면 대상과 폭을 정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