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하나증권이 발표한 '유럽 자동차 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유럽(EU+UK+EFTA) 자동차 소매판매는 10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에 그쳤다. 9월 11%, 10월 5%에 이어 석 달 연속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은 친환경차였다. 11월 전기차(BEV) 판매는 37% 급증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34% 증가하며 전체 자동차 판매의 33.9%를 차지했다. 환경 규제 강화와 독일의 전기차 세제 혜택 등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이브리드차(HEV)는 36.1만대가 팔리며 3% 증가했다. 14개월 연속 가솔린차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 주류로 자리잡았다.
EU가 2035년 탄소 배출량 100% 감축 목표를 90% 감축으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규제가 유지되면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11월 현대차의 유럽 소매판매는 4.1만대로 4% 증가했지만, 기아는 3.9만대로 3% 감소했다. 양사 합산 시장점유율은 7.4%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는 각각 1%, 4% 감소했으며, 합산 판매는 95.9만대로 3%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7.9%로 0.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기아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EV3가 5,392대 팔리며 114% 증가하는 등 전기차 부문에서는 선전했지만, 니로, 씨드, 스포티지 등 주력 모델들이 노후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전체 판매를 끌어내렸다.
친환경차 부문만 놓고 보면 양사 모두 선방했다. 현대차의 11월 전기차 판매는 1만대로 78% 폭증했다. 캐스퍼EV가 2,883대 판매되며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고, 아이오닉5도 24% 증가했다. 기아는 전기차 1.2만대를 팔아 34% 증가했다.
양사 합산 11월 전기차 판매는 2.2만대로 51% 급증했으며,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8.2%로 4.2%포인트나 상승했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도 전기차 판매는 22.3만대로 30%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테슬라는 11월 12%, 누적 28% 각각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장점유율도 2.1%에서 1.7%로 하락했다.
"2026년 중소형 EV로 반격"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낮은 수요 증가율 속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친환경차 모델의 순차적 투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판매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면서도 "2026년에는 관련 흐름이 긍정적으로 바뀔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송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모델 투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전기차 신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2026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양사는 중소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속 투입해 노후화된 기존 모델 라인업을 전면 쇄신할 계획이다.
국가별로는 스페인이 13% 증가하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독일은 3%,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0%대 성장에 그쳤고, 영국은 2% 감소했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는 스페인(15%), 영국(3%), 독일(1%)이 플러스 성장을 보인 반면, 프랑스(-5%), 이탈리아(-2%)는 역성장했다.
업체별로는 폭스바겐이 4% 증가하며 시장점유율 27.7%로 1위를 지켰다. 르노(3%), BMW(2%)가 뒤를 이었다. 스텔란티스는 3% 감소하며 12.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 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토요타는 10% 감소하며 고전한 반면, 혼다는 19% 급증했다. 닛산은 10% 감소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11월 누적 기준 342.5만대가 팔리며 29%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로 6%포인트 상승했다. 하이브리드차는 418.6만대로 13% 증가하며 전체의 34.6%를 차지했다.
하나증권은 자동차 산업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했으며,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서는 '매수(BUY)'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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