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 SK텔레콤에서 일어난 해킹 피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7일 서울 중구 SKT 본사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최 회장은 "최근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로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 초래했다. SK그룹 대표해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통신사 보안 문제로, 일반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CEO나 담당 경영진 선에서 대응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까지 직접 나서 사과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최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렸거나 해외 출국 앞두고 촉박한 일정으로 마음 졸인 많은 고객에게 불편을 드렸다"며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는 SK텔레콤 경영진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최 회장이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당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 운영상의 문제에 국회가 청문회까지 열어 그룹 회장을 소환하려는 것은 과도한 정치적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 활동에 대한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는 "해킹 사고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기업 내부와 관련 규제 기관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며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기업 총수를 직접 소환하는 방식은 효율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정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해킹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겠다며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SK그룹은 수펙스 추구 협의회를 중심으로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안 정보보호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러한 대응은 환영할 만하지만, 기업 오너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그리고 국회가 청문회까지 열어 기업 총수를 소환해야 할 정도의 사안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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