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미국과 기술주가 5월 이후 다시 모멘텀을 되찾는 상황에서, 유럽 경기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초 제시됐던 기존 논리들만으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4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유럽 주식시장의 추가 전진을 가능케 할 실질적인 모멘텀을 점검해볼 시점"이라며 "향후 유럽 증시를 이끌어갈 진짜들은 PIGS 국가들과 유럽 은행"이라고 분석했다.
PIGS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회복세
실제로 유럽 증시 랠리 과정에서 독일이 주목받았지만, 진짜 경기 모멘텀은 과거 재정위기를 겪었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잘 돌아가는 경제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은 재정위기 이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2022년부터 성장성을 되찾았고, 작년에는 3.2% 성장해 두각을 보였다. 팬데믹 당시 망가졌던 관광 산업이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고용시장과 소비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PIGS 위기 당시 25%를 상회했던 실업률은 11% 아래로 하락했으며, 실질 소매판매는 지난 3년간 연평균 2.7% 성장했다.
여기에는 고용시장의 체질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2년 스페인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관광·교통·농업 등 노동 부족 분야의 노동시장을 개방한 후 연 180만 명의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고용시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이 억제됐다. 이는 물가 안정과 함께 해외 기업들의 FDI 유입까지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섹터 차원에서는 그동안 방위산업이 주목받았지만, 유럽 시장을 지탱하는 진짜 동력은 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베타 관점에서 현재 유럽의 주도주는 은행이다. 의문스러운 점은 유럽 은행의 기업이익 고공행진이 경기를 따라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22년 이후 유럽 은행들의 이익 개선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는 금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촉발된 2022년의 물가 급등이 디플레이션과 디레버리징에 시달리던 유럽 은행들에게는 '의외의 축복'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은행 실적의 추가 개선 여지도 충분하다. 부실채권 문제가 일단락되고, 유럽 전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대출 증가가 기대되며, 장단기금리차 확대와 자사주 매입도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한다.
턴어라운드 사이클의 힘
결론적으로 PIGS 국가들과 유럽 은행은 지난 10년간의 지독한 바닥에서 탈출하며 만들어진 턴어라운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들은 표면적인 경기 부진만으로 반등을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으로 시선이 이동해도 PIGS와 유럽 은행은 추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관련 ETF인 EWP.US(스페인)와 EUFN.US(유럽 은행)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페인과 유럽 은행은 2023년 이후 나스닥보다도 강한 이익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유럽 증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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