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빅테크 기업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 7(M7)이 2025년 들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13일 발표한 글로벌 주식전략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미국 증시에서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한다는 표현은 M7으로 대변되는 빅테크들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것과 동일한 표현이었다"며 "그런데 2025년에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M7의 부진 배경으로는 두 가지 요인이 지목된다.
첫 번째는 수급 요인이다. 미국 증시의 패시브 수급 흐름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자산운용사들의 지수 순매수 포지션이 감소하고 있으며, 4월 중순부터는 미국 주식 펀드플로우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지금 미국을 이탈한 펀드플로우가 달러 패권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빌미삼아 비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지난 3년간 제대로 된 자금 유입이 없었던 비미국의 대형주들은 객관적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아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초 이후 12개월 전망 주당순이익(EPS) 상승률이 0%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해 20% 상승한 유럽 증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 펀드플로우나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등을 살펴보면 비미국 수급은 아직도 지난 3년간 이탈한 것 대비 채울 영역이 많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실적이다. M7은 여전히 S&P 500 실적 개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작년처럼 압도적 모멘텀은 아니다. 2023~2024년 구간에서 M7은 상위 5%의 성장성을 갖고 있었다. 성장성 차원에서 대체가 불가능하다보니 일종의 아이콘, 대안이 없는 주식으로 수급을 독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5~2026년 구간에서 이들의 실적 성장 컨센서스는 S&P 500 내 상위 10%로, 나쁜 건 아니나 이전처럼 수급을 독식했던 '아이콘'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 워낙 고성장을 구가한 기저효과로 향후 성장성은 낮아지는데, 현재 미국 증시에는 중대형주 영역에서 영업 레버리지가 극대화되는 턴어라운드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M7에 몰렸던 성장주 수급이 중대형주나 개별주로 향하면서, 지수 상승폭은 제약되고 종목은 강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테마주들과 IPO주들의 강세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M7을 제외한 성장주들은 평균적으로 이미 전고점을 회복한 상태다. 12개월 모멘텀 주식과 테크 섹터 모멘텀 주식들이 M7을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M7 성장성이 기저효과에 노출되는 2025년에는 이 구도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며 "이들의 실적은 여전히 공고하고, 금년 내내 눌린 결과 가격 매력도 생겼지만, 현재 시황에서 이들이 지배력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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