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증시를 주도했던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들이 5월 이후 매도세로 돌아선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4개분기 동안 1조 500억 달러를 순매수하며 증시 지분율이 42%까지 상승했다"며 "이는 닷컴버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자사주 매입이 하단을 지지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주도주 종목군의 가파른 랠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향후 증시가 지수보다 종목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주도주 선택 기준에서 펀더멘털보다 내러티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개인투자자들의 신용매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 신용매수는 전월 대비 8% 증가해 2000년 이후 상위 2%에 해당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2년 전 저점 대비 44% 증가한 수준으로, 과거 굵직한 버블 시기인 1929년 대공황 직전, 2000년 닷컴버블, 2021년 팬데믹 버블 당시의 100% 이상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승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 주도 장세의 특징인 중소형 성장주 강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성장주 대비 가치주 상대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크이노베이션ETF(ARKK) 등 구조적 성장주 바스켓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버블 형성 초기 단계에서 나타났던 전형적인 패턴이다.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과거 강세장 후반부에서 개인들은 한번 탄력을 받으면 높은 밸류에이션과 긴축적 통화정책조차 무시하고 순매수를 지속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특히 중소형, 구조적, 적자 성장주가 선호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최근 해당 부류 스타일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5배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PER과 금리는 역의 관계를 보이지만, AI 사이클 개막 이후 이런 관계가 2년 이상 깨진 상태다. 고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높은 PER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합리적 가격 기준보다 성장 기대감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1999년과 2020년처럼 개인투자자가 주도권을 잡았을 때 시장은 합리적 가격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개인 주도 버블 형성 가능성을 지금부터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