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8일 3조 9,119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추가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발표한 '1년간 10조원 자사주 매입' 계획이 마침내 완료됐다.
이번 매입은 보통주 5,688만여 주(3조 5,000억원)와 우선주 783만여 주(4,000억원)로 구성된다. 주당 취득 단가는 전날 종가 기준 보통주 6만 1,700원, 우선주 5만 1,300원이다. 회사는 오는 9일부터 10월 8일까지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장내 매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매입 자금의 용도 구분이다. 전체 3조 9,000억원 중 2조 8,119억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용이고, 나머지 1조 1,000억원은 임직원 주식기준보상에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을 정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주주환원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는 현금 배당에 치중해왔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주주환원 수준이 아쉽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흥미로운 점은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과 임직원 보상이라는 두 목적으로 나누어 추진한다는 점이다. 1조 1,000억원 규모의 임직원 주식기준보상은 연간 성과인센티브(OPI), 임원 장기성과보상(LTI), 핵심인력 인센티브 등에 활용된다.
특히 올해 1월 임원 대상 2024년 OPI에 주식기준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내년 1월부터 임원들의 직급별 선택 비중과 주가에 따라 자기주식이 지급된다. 재직 임원에게는 지급일로부터 1~2년간 주식 매도 제한도 적용해 장기적 성과 창출 동기를 부여했다.
이는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정교한 설계로 평가된다. 임직원들이 주식을 통해 보상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임직원의 성과 향상이 주주가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은 단순한 재무적 의사결정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내부 유보금 축적에 치중하며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주친화 경영 확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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