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범진 기업보험총괄 사장이 지난 16일자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임 사유는 '일신상의 사유'로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내부자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바로 이날 이범진 전 사장과 또 다른 임원 1명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당일 사임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수순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조직적이고 치밀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2022년 11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합병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기 전, 미리 이 정보를 알고 있던 이 전 사장 등은 가족까지 동원해 자사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이들은 "합병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고 우연히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이들의 기존 주식 매매 패턴과 가족들의 거래 행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족까지 동원한 점은 범행의 조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불법 행위라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임직원에게는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비난 소지가 크다"며 "금융사 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금융 측은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 배제 등 엄정한 인사 조치를 완료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사건이 터진 뒤 뒤늦게 대응하는 모습에서 금융회사로서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금융권 내부자거래 근절을 위한 감시 체계 강화와 함께,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윤리 교육과 제재 수준을 한층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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