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장관 "바이든 무료 지원 종료, 지분으로 전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으며 미국 내에 투자하기로 한 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인텔을 시작으로 마이크론, TSMC,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로 확대될 예정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가로 미 정부에 상응한 규모의 지분을 양도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했던 보조금은 지급하겠지만 반대급부로 정부가 보조금 상응하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000억 달러 기업에 왜 돈을 주나"
이번 정책 전환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러트닉 장관은 경제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보조금으로 인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왜 1000억달러 가치의 기업에 이런 돈을 줘야 하느냐' '납세자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 다"며 "그 대답은 돈에 대한 대가로 지분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한 반도체법을 두고 "끔찍한 법"이라며 "우리가 수천억 달러를 기업에게 줬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그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제 보조금을 주는 대신 기업의 지분을 받는 형태로 정책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TSMC·마이크론 47억~66억 달러 지원금 대상
미 상무부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47억5000만달러, 마이크론에 62억달러, TSMC에 66억달러의 보조금을 각각 확정했다. 현재까지 집행되지 않은 자금도 상당해, 향후 지분 참여 방식이 확대될 경우 미국 반도체 산업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인텔 지분 10% 인수로 시작된 새 정책
이번 정책 전환은 인텔에 대한 지분 인수 방안에서 시작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지난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그 규모가 10%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연방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제공된 보조금의 일부나 전부를 지분 투자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텔은 반도체법에 따라 총 109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지난 15일 기준 인텔의 시가총액은 1075억 달러로, 보조금이 다 지급되면 10%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국가안보 명분 vs 시장 왜곡 우려
미국 정부는 이번 정책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정당화하고 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 관점에서 우리는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최신 반도체의 99%를 대만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시장을 왜곡하는 중국식 모델", "우려스러운 기업 국유화"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첨단 산업의 원동력인 '시장 혁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을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 뿐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이번 조처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도 20억 달러 투자로 동참
한편, 일본 소프트뱅크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소프트뱅크가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출자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주식을 취득하는 계약을 인텔 측과 체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출자에 대해 "인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미국 첨단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과거에도 미국 정부가 경제 위기 시 기업 지분을 취득해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있었으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투자는 처음이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19일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관점 모두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전례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며 러트닉이 인텔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번 정책 전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