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인: 촌뜨기들’ 임수정, 돈과 권력에 미친 양정숙 어떻게 완성했나 “판 흔들기 위해 장면마다 열심히 준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2414593000933d3244b4fed22211030199.jpg&nmt=29)
임수정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인: 촌뜨기들’은 모두가 ‘잘살아 보세’를 외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1977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
“처음에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제작사 대표님이 원작을 꼭 봐달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봤어요. 원작을 먼저 보고, 감독님이 각색에 참여하신 대본을 읽게 됐죠. 처음에는 원작을 봤을 때, 그 안의 양정숙은 무시무시한 사람이었어요. 악독한 사람이고, 기회주의자이면서 영리해요.”
”20대 때는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거나 저를 설득시키는 면이 있으면 작품을 선택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 전체의 이야기가 저를 설득시키는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캐릭터가 가진 신념이 옳지 않을 수 있고 악역이 될 수도 있죠. 주체적인 캐릭터에 끌리기 시작했고, 양정숙 역할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3일 공개된 최종회에서는 천 회장이 자리에 누운 틈을 타 전면에 나서서 재산을 탐닉하다 천 회장의 덫에 걸린 양정숙의 이야기가 긴장감 넘치게 전개됐다. 임수정은 야망과 허영, 인간적인 나약함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촘촘히 쌓아 올리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양정숙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움직이지 않나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품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인물의 모습이었어요. 이해하고, 배려하고, 수용하지 않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었어요."
특히 고상하고 우아한 1970년대 서울말과 우아한 스타일링으로 양정숙의 품격 있는 겉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려내는 한편, 궁지에 몰린 순간 거친 언행과 분노를 폭발시키며 급변하는 성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비굴함과 불쌍함, 야망이 공존하는 인물을 한 호흡에 녹여낸 열연은 임수정표 양정숙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파인: 촌뜨기들’은 오관석(류승룡)과 오희동(양세종) 일행이 도자기 도굴을 하는 것이 중심 서사예요. 솔직히 양정숙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등장할 때마다 양정숙의 모든 걸 담아야 했어요. 양정숙의 감정 상태를 많이 고민했고, 판을 흔들기 위해 장면마다 열심히 준비했어요.“
![[인터뷰] ‘파인: 촌뜨기들’ 임수정, 돈과 권력에 미친 양정숙 어떻게 완성했나 “판 흔들기 위해 장면마다 열심히 준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2415002409384d3244b4fed22211030199.jpg&nmt=29)
임수정은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양정숙 역으로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등장이 기다려지는 매력적인 인물로 시선을 압도하며 공기 흐름까지 바꾸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준비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계산했던 것이 현장에서 펼쳐질 때 너무 좋았어요. 모든 근육을 다 써서 분노하고 진심으로 오열했는데, 제가 봐도 새로운 얼굴이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양정숙을 연기한다는 것에 의외라고 했던 분들이 작품을 보고 ‘양정숙 같다’고 이야기해 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과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 또한 빛났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13년 만에 호흡을 맞춘 오관석 역의 류승룡과는 갑을 관계로 시작했지만, 막바지에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극적 흥미를 끌어올렸다.
”따뜻한 분이시고 모든 구성원을 챙기시고 팀워크를 잘 만들려고 해주셨어요.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 신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했어요. 제가 뒷부분에 소리 지르는 장면을 찍을 때 선배님이 놀랐다고 하시던데 연기를 열심히 한 부분에 대해 칭찬해 주시는 것 같았어요.“
오희동 역의 양세종과는 극 초반 파격적인 장면을 완성함과 동시에 독특한 관계로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 밖에 천 회장 역의 장광, 전남편 임전출 역의 김성오, 진 사장 역의 박보경 등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들과 빚어낸 연기 호흡 역시 인상적으로 남았다.
“희동과의 밀실 장면의 무드가 좋아요. 무드, 음악, 서로 바라보는 눈빛 등에서 홍콩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희동으로서는 긴장했어요. 하지만 정숙을 향한 감정이 사랑은 아닌 것 같아요. 희동이 정숙을 사랑하진 않아도, 그때만큼은 진심이었을 것 같아요. 정숙을 향한 감정이 연민까진 아니고 안타깝다는 정도인 것 같아요. 도와주고 싶은데 본인도 현실적으로 그럴 상황이 아닌 거죠. 사랑과 연민까진 아니고 안타깝다는 감정이에요.”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신인 때부터 충무로에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 임수정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각설탕’, ‘행복’, ‘내 아내의 모든 것’,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파인: 촌뜨기들’은 임수정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인지를 다시 한번 입증한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20주년을 맞이해 감독판으로 리마스터링됐어요.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그 드라마를 보셨다는 것을 듣고 찾아봤는데,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어요. 지금 30대, 40대가 된 ‘미사’ 폐인들도 다시 그 드라마를 봤지만, MZ들도 작품을 알게 된 것 같아 좋더라고요. '파인: 촌뜨기들'과는 다른 연기를 보면서 제가 성장했다고 이해하실 것 같아요. 지나간 작품과 자신의 연기를 잘 보는 배우들이 있어요. 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과거 작품을 보면 부족한 부분만 보여요.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다시 연기해 보고 싶어요. 만약에 타임슬립 해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 경험치를 발휘해서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임수정은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tvN 새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을 통해 또다시 변신을 감행한다. 극 중 건물주 기종수의 아내 김선 역을 맡아 배우 하정우와 부부 호흡을 펼칠 예정으로 기대가 쏠리고 있다.
”작품에 몰입이 된 상태예요. 계속 재밌는 작품,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조금 더 지금과는 다른 결의 빌런이나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양정숙은 표현이 많은 편이라, 얼핏 보면 빈틈이 많이 있어요. 그런 면 없이 진짜 서늘한 캐릭터. 빈틈없는 캐릭터도 만나게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진 제공 = 디즈니+]
[글로벌에픽 유병철 CP / yb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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