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아닌 귀와 감각으로 즐기는 예술’을 주제로 열린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체험형 음악회로 기획됐다. 연주자들은 관객 앞에서 악기의 모양과 재질, 연주 방식 등을 직접 설명하고, 특유의 음색을 들려주었다. 관객들은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과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음악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가야금, 해금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국악기들은 시각장애인 관객들에게 큰 호기심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의 동행이었다. 시각장애인 보컬,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올라 퓨전국악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낸 무대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공연장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함께하는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웠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각장애인 관객은 “눈으로 공연을 볼 수는 없지만, 귀와 마음으로 음악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며 “악기를 직접 설명해 주고 소리를 들려주니 상상력이 더해져 무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평생 음악회를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 무대는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아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다”고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청년 장애 예술가와 함께하는 음악회 36.5’’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문화예술 접근성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퓨전국악을 매개로 전통과 현대, 장애와 비장애를 연결하는 교류의 장이 됐으며,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지역사회 속에서 문화예술이 지닌 포용성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허지혜컴퍼니 허지혜 대표는 “문화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무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지역사회와 함께 문화예술의 가치를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황성수 CP / h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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