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2억원 규모 투자로 상업생산 체제 구축
이번 상업화 설비 구축에는 약 852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다. 생산능력은 초기 연간 150톤에서 시작해 향후 최대 500톤까지 확장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현재 시범 생산 중인 연간 40톤 규모의 파일럿 라인과 비교해 3배 이상 확대된 규모로,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착공식에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성민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부회장, 류승호 대표, 김학봉 ㈜이수 대표 등 그룹사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해 황화리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범 회장은 지난해 9월 황화리튬 데모플랜트 증설 완료 기념행사에서도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황화리튬은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 전해질을 구성하는 핵심 원료로,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혁신적인 기술로, 화재 위험성을 현저히 낮추고 충전 속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한 번 충전으로 8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전기차 시장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2022년 2.1GWh에서 2025년 30GWh, 2030년 160GWh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평균 60% 이상의 폭발적 성장률을 의미하며, 관련 소재 시장의 급속한 확대를 예고한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계획을 밝혔다. SK온 역시 2029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2027년부터 본격적인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경쟁우위 확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가장 큰 강점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KBR(Kellogg Brown & Root)과 공동 개발한 차별화된 생산 공정이다. 이번 상업화 설비에는 KBR과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연속식 공법이 적용된다. 이 공법은 대량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하면서도 원가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크게 강화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안정적 현금흐름 기반의 전략적 투자
이번 대규모 투자의 재원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주력 사업인 TDM(Tertiary Dodecyl Mercaptan) 기반 정밀화학 부문에서 창출된 안정적 현금흐름으로 마련됐다. 회사는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정밀화학 제품군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인 황화리튬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특히 TDM은 폴리머 제조 과정에서 중요한 첨가제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이러한 기존 사업의 안정적 수익구조가 신사업 확장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구도
황화리튬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외에 레이크머티리얼즈와 정석케미컬 등이 황화리튬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이차전지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황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리튬 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 라인 증설을 통해 황화리튬 생산능력을 기존 연 10톤에서 연 120톤으로 확대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100t 이상의 황화리튬 생산에 나서는 건 레이크머티리얼즈가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이번 투자로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석케미컬도 전고체 전지에 필수 재료로 사용되는 리튬황 양산 설비를 국내 최초로 구축해 관련 시장에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정석케미칼에서 생산하는 리튬황은 고순도 (99.99%)를 자랑하고 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이온전도도가 높아 배터리 제조 업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 도약
류승호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대표는 "이번 착공은 황화리튬 사업이 기술적 장벽을 넘어 상업화 단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완공 이후 해당 설비는 국내 주요 배터리사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의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솔리드파워, 퀀텀스케이프를 비롯해 일본의 토요타, 파나소닉, 중국의 CATL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이미 미국 솔리드파워, 한국 에코프로비엠, 희성촉매 등 다수의 고체 전해질 생산기업으로부터 황화리튬 수요를 확인했다.
시장 전망과 성장 가능성
글로벌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4년에 9억 9,960만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25년 1억 1,900만 달러에서 2032년까지 1,359.18백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예측 기간 (2025-2032) 동안 41.61%의 엄청난 CAGR에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4년에 752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 자동차 및 재생 에너지 저장의 사용 증가에 힘입어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5.8%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품질 안정성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류승호 대표는 또한 "고객 신뢰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품질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사적인 협력과 노력을 당부했다. 이는 황화리튬이 배터리의 핵심 성능을 좌우하는 민감한 소재인 만큼, 제조 공정의 정밀성과 품질 관리가 시장 성공의 열쇠임을 인식한 발언이다.
실제로 황화리튬은 제조 공법이 까다로워 양산 능력을 갖춘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전 세계 5~6개 업체가 황화 리튬을 생산 중이지만 제조 공법의 효율성과 생산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시장 선점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과의 공급망 구축
에코프로비엠이 투자를 준비 중인 고체 전해질 양산 라인에 이수스페셜티케미컬 황화리튬이 투입될 지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전고체 전해질 원료부터 고체 전해질까지 공급 체인이 완성된다. 이는 국내 전고체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으로, 이미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 전해질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의 협력을 통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의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성장 전략과 추가 투자 계획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이번 설비 완공 후에도 수요 증가에 따른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500톤까지 확장 가능한 설계는 향후 시장 확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2026년 상반기까지 연산 150톤 규모로 조성되는 첫 번째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또한 국내외 고객사 수요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생산 규모를 최대 500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이는 향후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결론: 차세대 배터리 시대의 선도기업으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황화리튬 상업화 설비 착공은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서 차세대 배터리 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다. 기존 정밀화학 사업에서 축적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토대로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소재 시장에 과감히 진출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2027년을 앞두고,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KBR과의 협력으로 개발한 차별화된 생산 공정과 단계적 생산 확대 전략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업황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이번 투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혁신을 이끌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그룹 관계자들이 지난 5일 개최된 황화리튬(Li₂S) 상업화 설비 착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가운데), 이수스페셜티케미컬 김성민 부회장(오른쪽 네번째),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류승호 대표(오른쪽 세번째)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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