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지훈 변호사
현행 법률은 뺑소니를 매우 엄격히 다룬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은 교통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 운전자의 정차 및 구호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운전자들이 "사고인지 몰랐다", "경미한 접촉이라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이유로 현장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재판에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다. 사고 인식 여부는 운전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차량 손상 정도, 블랙박스 영상, 사고 당시의 도로 상황, 피해자의 진술, 충격 후 차량의 움직임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종합해 판단한다. ‘몰랐다’는 말 하나로 도주의 고의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사고 후 현장을 떠났다고 해서 무조건 뺑소니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사고 인식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좁은 골목에서 미세한 접촉이 있었지만 주변 소음이나 진동 때문에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 혐의가 벗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사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혐의가 인정되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운전 중 충격음이나 이상 진동이 느껴졌다면 즉시 정차해 확인하는 것이 법적 분쟁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가벼운 접촉이라 하더라도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고, 상대방과 연락처를 교환하며, 필요한 경우 경찰에 사고 신고를 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만으로도 억울한 뺑소니 혐의를 피할 수 있다.
만약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났다면, 그 이후의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 당황한 나머지 이탈한 경우라도 곧바로 자진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수사기관은 자수 여부를 양형에 적극 반영하며,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역시 형량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대부분의 자동차 보험은 뺑소니 사고의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금 부담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때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 치료 기간, 후유 장애 여부 등을 고려해 적절한 합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YK 강남 주사무소 김지훈 변호사는 “교통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대응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뺑소니는 순간의 판단이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범죄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형사·민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모든 쟁점을 빠짐 없이 확인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