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창업가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첫 승부를 가져갔다. 26일 세종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부회장과 그의 측근인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서,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의 주도권이 윤 부회장 측으로 넘어갔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위임장을 제출한 주주를 포함해 494명이 참여했으며, 이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9.7%에 해당하는 1972만8835주를 대표했다. 윤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찬성 1379만3500여주, 반대 592만9570여주로 가결됐고, 이 전 부사장의 선임안도 찬성 1378만5650여주, 반대 593만7430여주로 통과됐다.
이사회 구성 변화... 윤 부회장 측이 과반 장악
윤 부회장이 31.75%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반면 윤동한 회장 모녀는 8.89%의 소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된 주총... 오너 일가는 불참
주목할 점은 이날 임시주총에 창업주 윤동한 회장과 장남 윤상현 부회장, 딸 윤여원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총은 10여명의 소액주주들과 임직원, 법무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양사 관계자들은 콜마홀딩스는 파란색, 콜마비앤에이치는 주황색 '스태프' 명패를 각각 목에 걸고 참석자들을 안내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안요원도 배치됐지만, 주총은 별다른 소동 없이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위임장 지분율 산출에 시간이 소요되어 예정 시각보다 30여분 지연되기도 했다.
실적 악화가 분쟁의 도화선
윤 부회장 측은 "실적 악화로 주주가 피해를 봤기 때문에 지주사의 경영 개입은 정당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윤 대표 측은 "일시적인 실적 부진일 뿐이며, 윤 부회장이 M&A 전문가인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콜마비앤에이치를 매각하려 한다"고 반발해왔다.
사업 재편 본격화 전망
이번 이사회 장악으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개편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콜마홀딩스는 리더십을 쇄신하고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바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윤 부회장은 이로써 콜마그룹의 화장품과 제약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사업까지 이끌게 됐다. 콜마비앤에이치의 비용구조 개선과 건강기능식품 제품군 확대 등에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전은 계속...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하지만 콜마그룹의 경영권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전날 임시주총 관련 소송 3건을 취하했지만, 윤동한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반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윤 부회장을 상대로 2019년 증여한 콜마홀딩스 지분 14%(460만주)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장남이 2018년 체결한 '경영 합의'를 위반하며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에 간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합의는 윤 부회장(콜마홀딩스)과 윤 대표(콜마비앤에이치)의 독자 경영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이었다. 변론기일은 10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다음 달 29일에는 콜마홀딩스의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윤동한 회장이 지난 7월 콜마홀딩스 이사진을 자신과 딸 측으로 전원 교체하는 임시주총을 요구했고, 윤 부회장 측이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현재 콜마홀딩스에서는 윤 부회장이 31.75%로 최대주주이며, 윤 부회장과 달튼 지분 합계(37.44%)가 윤동한 부녀 측(16.21%)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주식반환 소송에서 윤 회장이 승소할 경우 최대주주로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보면 사실상 3자간 합의에 대해 조건부 증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은 원만하게 종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도 "가족 갈등을 협의해나가는 과정이고, 어제 소송을 취하한 것은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지만 협의해나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사회 개편 이후 회사 경영 관련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의 1라운드는 윤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진짜 승부는 주식반환 소송과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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