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여름은 약 30일 늘었고, 가을은 10일 가량 짧아졌다. 가을의 초입인 9월에도 한낮 기온이 25~30℃를 웃돌고, 9월 중하순까지 이어지는 열대야 등 계절의 전환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렇듯 길어진 폭염과 열대야로 가을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풍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풍은 일 최저기온이 5℃ 이하일 때 물들기 시작하는데, 가을철 고온 현상으로 이 시점이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라산 단풍의 시작은 10월 31일에 관측됐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일, 평년보다 17일 늦은 시기다. 이런 까닭에 단풍의 절정은 늦어지고, 이후 급격한 한파에 잎이 금세 떨어져 단풍의 절정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 현상은 북반구 온대 지역 곳곳에서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 기후 분석 기관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북미 240여 관측지점 중 87%에서 1970년대 이후 가을밤 기온이 1.5℃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단풍이 드는 시기와 낙엽이 지는 시기가 모두 늦춰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최근 10년간 단풍의 밝기와 변화 속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향후 일부 지역의 단풍은 그 밝기가 약 15%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은 영화 ‘뉴욕의 가을(Autumn in New York)’ 속 단풍으로 물든 센트럴파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뉴욕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 폭우로 도시가 마비되는 등, 전혀 다른 가을을 마주하고 있다. 변화하는 계절의 신호를 알아차릴 때, 가을의 색채는 멋진 기억을 이어갈 삶의 터전으로 남을 수 있다.
<My Own Planet, There Is No Planet B>
기후위기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후위기가 나쁜 결과로 귀결된다면, 단 하나뿐인 지구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때문에 기후위기는 단순히 기상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이오운플래닛은 이러한 기후위기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지구의 시스템을 시각화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상 속 기후행동 캠페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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