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한 남자가 취조실에서 밤새 이어가는 ‘진술’을 통해, 기억과 현실, 환상과 진실이 교차하는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철학적 모노드라마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머문 호텔에서 갑작스레 체포된 그는 자신의 결백과 사랑, 그리고 자신이 믿는 현실을 증명하려는 듯 밤새 진술을 이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말은 점점 모순과 환상으로 얽히며, 현실의 경계는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단 한 명의 배우가 90분 동안 혼신을 다해 펼치는 이 작품은 상실과 부정,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사랑과 진실, 그리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무대는 김진근 배우의 연기 세계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미국 리스트라스버그 연극학교(The Lee Strasberg Theatre & Film Institute)에서 연기를 전공한 정통 메소드 배우로, 내면의 감정을 정교하게 드러내는 연기로 주목받아왔다. 김진근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의 상실을 부정하며 아내의 존재를 붙들려는 한 남자의 몸부림과, 그 끝에서 맞이하는 광기의 순간을 강렬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연출 김종희는 <진술>을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을 외면한 채, 현실과 환상을 뒤섞으며 무너져가는 과정을 조용히 추적하는 작품”이라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관객을 ‘심문자’의 위치에 놓는 연극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무대 위 인물은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진술하며, 관객은 그의 말을 믿을 것인지, 의심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긴장감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끌려 들어간다.
사랑을 잃은 자의 마지막 진술이자, 인간 존재의 경계를 묻는 이 작품은, 배우 김진근의 깊이 있는 연기와 김종희 연출의 절제된 무대 미학이 만나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강렬한 고백이다.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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