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6.24(수)

현대차그룹, 피지컬 AI시대 경험데이터로 추격한다

박민우 AVP본부장, “'한국형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승패 좌우”

안재후 CP

2026-06-24 15:28:10

AVP본부 타운홀 미팅에서 발표하는 박민우 사장<현대차>

AVP본부 타운홀 미팅에서 발표하는 박민우 사장<현대차>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차와 로봇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한국의 강점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정부의 실증 인프라와 민간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현실 세계 데이터를 대규모로 축적하는 '한국형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쟁력 원천은 '현실 데이터'
박민우 현대자동차·기아 AVP본부장은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기조강연에서 피지컬 AI 시대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를 명확히 했다. 그는 "화면 밖 현실 세계로 나온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자본력으로 구매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현실 세계의 경험 데이터에 있다"고 강조했다.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은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자율주행차와 로봇은 다르다. 박 본부장은 "인터넷의 글과 코드만으로는 현실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자동차가 빗길에서 느끼는 마찰력과 압력, 물건을 집을 때 필요한 힘과 반작용은 직접 경험해야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특히 피지컬 AI의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예외 상황 학습이 필수다. 비 오는 밤, 공사구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배달 오토바이 같은 돌발 상황을 얼마나 많이 학습하는가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국토부 실증사업, 피지컬 AI의 '포싱 펑션'
현대자동차그룹은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했다. 박 본부장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기술을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게 됐다"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포싱 펑션(강제적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6년 국내 첫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 10년간 여러 실증사업을 통해 기술을 검증해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자율주행 시연, 세종 자율주행 셔틀, 강남·판교 자율주행 서비스 등이 그 사례다.

광주시에서 대규모 실증 전개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은 광주광역시를 무대로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박 본부장은 광주를 "한국 특유의 복잡한 교통 패턴과 다양한 교통수단이 공존하는 도시"라며 "피지컬 AI가 반드시 학습해야 할 현실 세계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예외 상황이 고품질 학습 데이터로 축적되고, 더 정교해진 AI가 다시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연 800만대 양산 체계라는 강점
현대자동차그룹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글로벌 양산 체계다. 연간 800만대에 달하는 생산 규모는 단순한 제조 능력을 넘어선다. 박 본부장은 "양산 체계는 피지컬 AI를 현실 세계에 가장 안전하고 광범위하게 배포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를 테슬라와 비교하면 명확하다.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약 900만대 차량을 판매하며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800만대 규모의 생산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과 첨단 센서 체계를 바탕으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매년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플라이휠'로 글로벌 경쟁 주도
박 본부장은 정부와 민간의 결합이 만드는 시너지를 강조했다. "국토부의 실증 지원과 현대차의 양산 체계가 결합되면 국토부는 안전한 실증 인프라를 제공하고, 현대차는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한국이 "AI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와 정부의 협력이 한국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 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의 표현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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