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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①] 경영 철학과 지배구조 혁신

위기 속 출범 고객 가치와 투명성으로 ‘뉴LG’ 만들다

안재후 CP

2026-06-24 15:04:36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오는 6월 29일 취임 8주년을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영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덜어내기'다.

2026년 봄, 그는 8년간 쥐고 있던 이사회 의장의 의사봉을 스스로 내려놓았고,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없애 주주의 몫을 키웠다. 권한을 모으는 대신 나누고, 가진 것을 줄여 주주에게 돌려주는 행보다. 가전·화학 중심의 제조 기업이던 LG를 기술 기업으로 바꿔 온 이 8년의 변화를 언론은 '뉴LG(New LG)'로 부른다.

만 40세, 조용한 리더가 받아 든 무게
구광모 회장 체재는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양부이자 큰아버지인 구본무 선대회장이 1년여의 투병 끝에 2018년 5월 별세하자, 한 달 뒤인 6월 29일 만40세 불혹(不惑)의 나이에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약 7,200억원(유족 전체로는 9,200억원대)에 이르는 상속세 부담도 함께 떠안았다.

시장의 시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젊은 총수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고 이 와중에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갈등이 차례로 닥쳤다. 구 회장은 이 무게를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감당했다.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①] 경영 철학과 지배구조 혁신

'고객·실용·미래' … 세 단어로 압축한 경영 철학
구 회장이 위기 속에서 내건 좌표는 고객 가치와 실용주의, 그리고 미래 준비였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신년사에서 '고객'을 LG가 나아갈 핵심 방향으로 제시한 뒤 해마다 이 메시지를 발전시켜 나갔고, 2026년 신년사에서는 “고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신설한 ‘LG어워즈’는 이 철학을 제도로 옮긴 사내 포상제도다. 고객 가치를 실현한 사례를 발굴해 포상하되 심사에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누적 4,000여 명이 수상하며 ‘고객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정착시켰다.

실용주의는 일하는 방식에서 드러났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 했고, 400명 넘는 임원이 분기마다 모이던 임원세미나를 없앤 뒤 소수가 토론하는 형태로 회의 문화를 바꿨다. 보고 보다 토론, 형식보다 실행을 중시한 것이다.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도 그는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며 작은 성과라도 빠르게 쌓아 확산하는 '스피드 경영'을 주문했다. 인사에서도 출신과 성별을 가리지 않아, 여성 임원은 2018년 29명에서 2026년 6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코카콜라음료에서 영입된 이정애 사장은 4대 그룹 상장사에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처음 나온 여성 전문경영인 대표가 됐다.

이 두 축을 떠받친 토대가 미래 준비다. 구 회장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분야에 자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그 구체적 성과는 2편에서 다룬다. 철학을 세웠다면 다음은 그것을 담을 의사결정 구조를 손볼 차례였고, 구 회장은 자신의 권한부터 덜어내는 방식으로 그 작업에 착수했다.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①] 경영 철학과 지배구조 혁신

8년 만에 내려놓은 의사봉 … 투명성으로 향한 결단
2026년 3월 26일, ㈜LG는 제64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박종수 사외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구 회장은 2018년 대표이사 회장 선임 이후 8년간 겸임해 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의장의 면면은 결정의 성격을 보여준다. 박 의장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2023년 ㈜LG 사외이사로 합류해 감사위원회와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핵심 위원회에서 활동해 왔다. 감독 기능을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명분으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관행을 유지했지만, 이는 견제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구 회장은 그 관행을 자신부터 끊어냈다.

변화는 지주사에 그치지 않았다.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 등이 잇따라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2022년 먼저 전환한 LG이노텍·LG헬로비전을 포함해 11개 상장사가 모두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갖췄다. 이 가운데 LG전자·LG이노텍·LG화학 3곳은 여성을 의장으로 세웠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폭넓은 지배구조 개선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①] 경영 철학과 지배구조 혁신

자사주 전량 소각과 고배당 … 주주에게 돌려준 8년 성과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재편하는 일은 주주를 향한 신호이기도 했다. 구 회장의 거버넌스 개편은 주주 환원이라는 또 다른 축과 맞물려 움직였다.

LG는 2024년 말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중간배당 도입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LG는 보유 자사주 약 5,000억원어치 가운데 절반을 2025년 9월 소각한 데 이어 나머지(약 3,500억원, 보통주 302만9581주)를 2026년 상반기에 전량 소각하며 약속을 마무리했다. 배당성향 하한은 50%에서 60%로 올렸고, 2025년 배당성향은 68%, 최근 5년 평균은 약 69% 수준을 유지했다. 회사는 2027년까지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8~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내놨다.

자사주 소각은 총수의 지분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 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지만 발행 주식이 줄면서, 그의 ㈜LG 지분율은 2025년 초 15.95%에서 1차 소각이 반영된 9월 말 16.27%로 올랐고 상반기 잔여 소각이 반영되면 16.60%까지 높아진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선제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지주사 수급 개선과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주주 환원인 동시에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끌어올려 총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불확실성 지운 8년, 기업가치 재평가 토대 만들다
취임 8년을 관통한 구 회장의 경영은 두 갈래로 요약된다. 실용주의와 고객 가치, 미래 준비라는 철학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꿨고, 이사회 의장직 사임과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결단으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자본 효율의 비효율을 함께 걷어냈다. 총수가 스스로 권한을 분산하고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제도화하면서, LG는 글로벌 투자자가 요구하는 거버넌스 기준에 한발 다가섰다.

[정리한 토대 위에서 LG는 실제로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었나. 스마트폰과 태양광을 접고 전장·배터리·AI에 베팅한 '선택과 집중'의 가시적 성과는 2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실적 성장'에서 이어진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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