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장예준 변호사
유책배우자란 외도, 반복적인 폭언이나 폭행, 도박, 생활비를 방치한 태도, 시댁·처가의 폭력이나 모욕을 묵인한 태도 등으로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쪽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법원은 이런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취해 왔다. 쉽게 말해 “먼저 혼인을 깨뜨린 사람이, 그 책임을 피하려고 소송을 통해 도망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유책배우자는 직접 이혼을 청구하기보다는, 먼저 소송을 제기하거나 별거·양육·재산 문제를 법적 절차로 끌어내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피해자 입장에서 중요한 점은, 상대가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도권을 빼앗길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제출된 소장에는 외도·폭언·생활비 미지급과 같은 사안이 ‘성격 차이’나 ‘맞벌이 갈등’으로 축소되거나, 혼인 파탄의 원인이 왜곡돼 기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어떤 사실이 누락되었는지, 어떤 표현이 과장되거나 바뀌었는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외도 정황이 드러나는 메시지·사진·숙박 기록 △폭언·폭행에 관한 녹취·진단서 △생활비 입금 내역과 카드 사용 패턴 △누가 실제로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담당했는지 보여 주는 학교·병원·일상 기록 등을 모아 혼인 파탄의 실제 원인과 책임 비율을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분노에 휩싸여 배우자의 직장·가족·SNS에 무분별하게 폭로하거나, 되갚기식 욕설·괴롭힘을 이어 가면, 재판부가 “갈등 악화에 쌍방 책임이 있다”고 평가할 여지가 생긴다. 피해 사실에 대한 정당한 대응과, 선을 넘는 보복 행동의 경계를 스스로 명확히 그어 두어야 한다. 이혼을 당할지, 오히려 내가 주도적으로 이혼과 위자료·재산분할을 청구할지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감정보다 기록과 전략이 우선이다.
여울 여성특화센터 장예준 변호사는 “유책배우자 문제는 ‘누가 더 나쁜가’를 다투는 감정 영역이 아니라, 혼인 파탄 경위와 책임 비율을 자료로 입증하는 과정”이라 강조했다. 그는 “상대가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협상에서 밀릴 필요는 없다”며 “피해자는 혼인 파탄 경위와 자녀 양육, 위자료, 재산분할 문제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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