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로 두산은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모두 아우르는 완전한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기존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공급에 더해, 2022년 인수한 국내 1위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 그리고 이번 웨이퍼까지 'CCL·후공정 테스트·웨이퍼' 삼각편대가 형성된 것이다.
사업재편 ‘비욘드 중공업’ 거듭나
두산은 이 같은 사업 재편을 통해 '비욘드 중공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형 건설기계와 방위사업이라는 전통 기반에서 벗어나 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 중이다. 반도체 분야는 특히 주목한다.
최근 AI 인프라 수요 증가에 발맞춰 CCL 사업이 역대급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두산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태국 CCL 공장에 1800억원을, 두산테스나 평택공장 증설 및 장비에 42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핵심 영역을 선점한 후 고수익 구조를 단단히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SK실트론, 글로벌 3위 웨이퍼 기술력을 품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실리콘(Si) 웨이퍼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1983년 설립된 지 41년, 12인치(300mm급) 웨이퍼 시장 기준으로 글로벌 톱티어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기술과 품질 진입장벽이 높아 신에츠화학, 섐코,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 같은 글로벌 상위 5개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두산이 이 경쟁 구도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SK실트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931억원이지만, 실제 수익성은 그보다 높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073억원에 달한다. 주력인 300mm 실리콘 웨이퍼 사업이 적자를 내던 SiC 웨이퍼 부문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K실트론은 인수 후 미국 법인의 SiC 웨이퍼 사업을 청산하고 고수익 메모리용 웨이퍼에 집중한다. SiC 사업 청산으로 본업의 수익성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은 '똑똑한 인수'
증권사들은 이번 인수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글로벌 웨이퍼 업체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 두산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추가 대금은 SK실트론의 실적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때만 지급하는 성과연동(Earn-out) 구조로 설계됐다. EBITDA가 초과되면 그 초과분의 일부를 SK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두산의 리스크를 사실상 최소화하면서도 향후 호실적에 대한 인센티브는 유지하는 구조다.
AI 인프라를 세트로 팔 시대
두산이 눈여겨보는 것은 미래다. 2031년 SK실트론의 매출 목표는 3조원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웨이퍼 수요 급증을 반영한 것이다.
두산은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에 AI 인프라 조성 솔루션을 통째로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한다. 반도체 핵심 소재만 파는 게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까지 함께 제시한다는 뜻이다.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같은 청정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협력해 내년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 기반의 지능형 로봇 설루션,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제품을 차례로 선보인다. 반도체, 에너지, 로봇을 잇는 전사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결국 두산의 전략은 명확하다.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 기반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웨이퍼·CCL·후공정 테스트·SMR·가스터빈·로봇을 결합한 'AI 인프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전통 중공업이라는 꼬리표를 벗고 미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는 두산의 의지가 이번 빅딜에 명확히 드러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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