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금융의 새로운 신뢰가 되는 시대다.
![[K-기업 AX 대전환 ⑤ 금융·서비스] 데이터가 신뢰 결정 … 판단 구조가 바뀐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2514381506265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신한은행] 챗봇 넘어 'AI 에이전트'로 일하는 방식 혁신
신한은행은 2026년 하반기 들어 AI 에이전트 본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챗봇을 넘어 직원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정해진 질문에 정해진 답을 주는 기존 챗봇과 AI 에이전트는 다르다.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으면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찾고 여러 단계의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신한은행의 AI 에이전트는 금융상품 추천, 자산 조회, 계약 갱신 등 50개 핵심 업무를 자연어 대화만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반복적인 단순 업무를 AI가 전담하면서, 직원은 고객 밀착 상담이나 복잡한 여신 심사 등 인간의 고차원적 판단이 필요한 핵심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AI 에이전트' 기반의 고객 응대 챗봇들이다. AI 챗봇 '오로라'는 계좌 조회, 대출 상품 안내, 금융 상담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금융권 최초의 생성형 AI 투자 상담 서비스인 'AI 투자메이트'는 고객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오프라인 프라이빗뱅커 수준의 맞춤형 상담을 비대면으로 제공한다. 신한은행이 구축한 '금융지식 Q&A 서비스'는 직원과 고객이 생성형 AI로 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7월 경영전략회의에서 "AI가 고객별 상황에 맞춰 상품과 기능을 안내하는 수준의 고도화가 목표"라며 "고객 관점에서는 AI가 은행원 역할을 하고, 직원에게는 업무지원 비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환은 신한은행의 인력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직원이 구성원의 핵심이 되는 변화다.

2026년 7월 10일 경남 사천 KB 인재니움 연수원에서 진행된 ‘2026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CEO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KB금융그룹
[KB금융] '에이전틱 AI' 플랫폼과 피지컬 AI로 구축하는 실버 케어 생태계
KB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내놓은 'KB GenAI 포털'은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이다. KB금융지주와 8개 계열사가 함께 만들었으며, 각 현장에서 고객 요구에 맞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플랫폼의 차별점은 에이전틱 AI의 '자율성'이다. 신한은행의 에이전트가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는 실행 수준이라면, KB금융의 에이전틱 AI는 각 현장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그룹 전사적으로 최신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AI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하면서도 공동 기술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KB증권의 'KB AI 시그널'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례다. AI 기반 자산관리 투자일임서비스로, 고객의 금융거래정보·투자성향·투자경험을 분석해 최적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관리한다. KB국민은행의 'AI 자산관리 서비스' 케이봇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와 AI가 함께 고객별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한다.
더 주목할 점은 시니어 고객을 위한 피지컬 AI다. KB금융은 지난 7월 AI EXPO KOREA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며 "피지컬 AI가 시니어 고객의 일상 돌봄과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고객 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로봇은 기기 조작 지원, 말벗 서비스, 건강 이상 징후 감지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고객을 돕는다. KB금융이 2025년 1월 개설한 'AI 에이지테크랩(Age Tech Lab)'은 이러한 서비스들을 검증하는 실증·체험 공간으로, 혁신 기술기업과의 협업으로 최신 기기와 서비스의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사용자가 일상 언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설계·개발·오류 검증까지 지원하는 'AI 코딩' 체계도 도입했다. 개발 기간 단축은 물론 시니어를 포함한 모든 고객의 세부 요구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삼성생명이 컨설턴트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체계를 도입한다. /삼성생명
[삼성생명] 서류 인식부터 자동 청구까지, 보험 밸류체인 AI 전환
삼성생명은 올해(2026년)를 'AI 전환(AX)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보험 밸류체인 전반에 AI를 배치했다. 상담·청약·심사·보상, 모든 단계가 데이터 기반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영역이 보험금 지급이다. 삼성생명은 AI 광학문자인식(OCR)을 통해 고객이 제출한 진료비영수증·약제비영수증 등 보험금 청구 서류 47종을 자동으로 인식·분류한다. 핵심 문서 7종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AI가 자동 추출해 입력한다. 고객이 입력한 병명을 상병기호(KCD)로 자동 변환하는 'Text to KCD' 모델도 구현했다. 이전엔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던 단계들이 몇 초 만에 끝난다.
콜센터도 변했다. AI 음성봇이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AI 챗봇이 보험료 연체 고객에게 미납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성형 AI 기반 'CX 글쓰기 시스템'은 어려운 금융용어를 쉬운 언어로 자동 변환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모바일 청약 과정에서는 신분증 촬영만으로 정보가 자동 입력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조직이다. 삼성금융 계열사 통합 126명 규모의 AI센터를 구축했고, 임직원 AI 리터러시 교육을 체계화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은 신년사와 주주총회에서 "AI를 보험 밸류체인 전반에 적용하고, 헬스케어와 시니어 사업을 결합한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카카오페이] 월 71만건 이상거래 탐지, 신뢰 지키는 AI 보안망
카카오페이는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기반 FDS(이상거래감지시스템)를 통해 금융 보안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카카오페이 FDS는 어댑티브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거래 패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기존 규칙(Rule) 기반 모델을 병행해 전형적인 부정 거래까지 빈틈없이 차단한다. 실제로 금융 거래가 급증했던 지난해(2025년) 5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71만 건의 이상거래를 선제 감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악성 앱, 해킹, 위변조 시도를 차단하는 '앱 통합 보안 솔루션'의 진화도 눈부시다. 카카오페이는 고도화된 탐지 엔진을 통해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13만 건이 넘는 잠재적 보안 위협을 탐지·제거했다. 이는 그 전년도(2024년 3월~12월) 누적 탐지 건수인 5만 건과 비교하면 2.6배 이상 가파르게 성장한 수치로, 지능화되는 금융 사기 위협에 AI가 얼마나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사용자가 스스로 보안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백신'과 '보안 홈' 서비스도 안착했다. 보안 홈 서비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매년 전년 대비 30% 이상 꾸준히 증가하며, 단순히 거래 차단을 넘어 고객 스스로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신뢰를 함께 구축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카카오페이의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인 'PayAI(페이아이)'는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 고도화된 'AI로 나만의 혜택 찾기' 서비스는 사용자가 보유한 실제 신용·체크카드와 카카오페이의 할인 혜택 조건을 실시간으로 대조해 결제 순간마다 가장 유리한 수단을 똑똑하게 제안한다.
또한 마이데이터 결제 내역을 분석해 제공하는 '소비 리포트'는 주간·월간 단위로 소비 패턴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사용자가 놓치기 쉬운 카드 실적 구간이나 맞춤형 할인 혜택까지 역 제안해 준다. 헬스케어 서비스인 'AI로 내 건강 관리하기' 역시 건강검진 데이터와 보험 보장 내역을 종합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금융·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며 종합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뢰의 척도가 속도에서 정확성으로
금융·서비스 산업은 지금 근본적인 변화 중이다. 과거 금융은 신뢰를 '사람'에 기반했다. 은행원의 경험, 보험설계사의 판단, 신용카드사의 책임. 이제 그 신뢰의 기반이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AI 에이전트가 50개 업무를 자동화하는 이유도, KB금융의 에이전틱 AI 플랫폼도, 삼성생명의 AI OCR도, 카카오페이의 FDS도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개인의 경험과 판단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그 축적된 데이터가 더 정확한 판단을 만들고, 그 판단의 일관성이 고객 신뢰가 되는 구조다.
다만 과제가 남는다. AI 기반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은 입증되고 있지만, 2026~2027년 실제 운영 데이터에서 고객 만족도와 리스크 관리 수치가 함께 개선되는지 검증돼야 한다. AI 판단에 대한 책임 소재, 고객이 AI 추천을 거절했을 때의 대응, 알고리즘 편향이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는지도 풀어야 할 문제다. 금융감독원의 AI 가이드라인 준수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규제 정책 변화에 따른 보안 대책 수립도 시급하다. 규제 당국도 이런 과제를 인식하고 있어, AI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금융사의 필수 과제가 됐다.
그래도 방향은 선명하다. 금융과 서비스는 더 이상 사람의 직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영역이 아니다. 고객 데이터를 읽고, AI의 제안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신뢰의 기반이 '사람'에서 '데이터'로 옮겨가면서, 금융의 판단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그 변화가 얼마나 안정적이고 포용적인지는 향후 2년의 실행과 검증에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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