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안영진 변호사
연인 사이였다는 사정만으로 특정 성관계에 대한 동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교제 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 내용 전체를 단정할 수도 없다. 적용 죄명과 당시 상황에 따라 폭행·협박,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동의 여부 등 구체적인 구성요건을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 같은 사건은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진술과 디지털 기록, 사건 전후 정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따라서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막연히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기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대화와 만남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신저 대화와 통화 내역, 결제 기록, 사진·영상의 촬영 정보, 위치 기록 등은 당시 관계와 동선을 살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사건 이후의 연락이나 만남, 관계 지속 여부 등 어느 한 가지 사정만으로 동의 여부나 진술의 신빙성이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해당 자료가 놓인 전체 맥락과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함께 판단한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는 고소장에 기재된 일시와 장소, 주장된 행위, 사건 전후 상황을 확인한 뒤 진술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을 추측해 답변하기보다 사실과 기억의 범위를 구분하고, 필요한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조사에 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성범죄 사건은 감정적 대립과 별개로 개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사건의 시간표를 정리하고 통신기록 등 객관 자료를 훼손하지 않은 채 제출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어권 행사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사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고소를 당했다면 조사 전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형사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 : 안영진법률사무소 안영진 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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