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21(수)

코스맥스·하버드 MGB ‘VIVA 프로젝트’ 가동

‘바이오·메디컬’ 영토 확장 선언

이성수 CP

2026-10-21 13:02:30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화장품 원료를 만들던 기업이 이제 비만과 항노화 신약 후보물질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계 1위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그룹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병원 네트워크와 손잡고, 뷰티 산업의 울타리를 넘어 메디컬과 헬스케어 분야로 영토를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산업과 학계의 경계를 허문 이번 협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하버드대 의대 부속 수련병원 네트워크인 매스 제너럴 브리검(MGB)과 '마이크로바이옴 2차 공동연구(VIVA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부회장), 박천호 R&I센터 원장과 함께 마르셀라 과달루페 델 카르만 MGH 병원장, 윌 커리 MGH 의료원장, 마이크 맥날리 MGB 최고개발책임자 등 양측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1차 연구가 증명한 가능성
이번 2차 연구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된 1차 기초·중개 연구의 성과를 토대로 한다. 코스맥스가 축적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에 MGB의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접목한 결과, 특정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물질이 아토피 피부염 모델에서 증상을 완화하고 피부 장벽 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이 규명됐다. 이 연구 결과는 알레르기·임상면역학 분야의 최상위 국제 학술지 'Allergy’에 게재됐고, 관련 미생물 유래 기술에 대해서는 국내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이경수 회장은 "하버드 의대와의 1차 공동연구에서 국제학술지 게재와 특허 출원이라는 실체적 성과를 냈다"며 "이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출발점 삼아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장품을 넘어 바이오 신약으로

VIVA는 Vision(미래), Innovation(혁신), Vitality(생명력), Advancement(발전)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으로,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이어지는 2차 연구의 방향을 담고 있다. 연구 범위가 가장 크게 넓어지는 지점은 뷰티 원료 개발에 머물지 않고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와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발굴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MGB의 임상 인프라를 활용해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신속히 검증하고, 항노화 및 저속노화 솔루션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체중과 대사 관리 소재의 탐색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글로벌 의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GLP-1과 유사한 기작을 지닌 유산균과 건강기능식품 소재를 발굴하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AI의 역할도 달라진다. 코스맥스는 방대한 바이오 연구 인프라에 AI 분석 기술을 더하되, AI를 단순한 데이터 검증 도구가 아닌 연구원과 상호작용하며 가설을 세우고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과학적 동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연구 개발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연구 성과가 실험실에 머물지 않도록 제조 기반도 함께 갖췄다.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합 인정을 획득했고, 2등급 점착성 투명 창상피복재의 개발과 생산 시스템 구축을 마쳐 바이오 헬스케어 소재의 상용화 준비를 끝냈다.

15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쌓아 온 토대

이번 협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코스맥스가 오랜 기간 쌓아 온 연구 역량이 있다. 코스맥스는 2011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매진해 2016년 미기록 미생물 'EPI-7’을 발견했고, 이후 이 미생물과 피부 노화의 연관성을 자체 분석으로 검증해 안티에이징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업계 최초로 규명했다. 2019년에는 고객사의 마이크로바이옴 라인에 핵심 기술을 제공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 공로로 2021년 제56회 '발명의 날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약 3100여 종의 미생물 자산을 확보하고 특허 204건(등록 110건)을 출원했으며, 한국인 피부 12가지 유형을 분류한 분석 플랫폼 '페이스링크(FACE-LINK™)'도 개발했다.

산학 협력으로 넓어지는 오픈 R&I
코스맥스의 연구는 외부와의 협력으로 한층 확장되고 있다. 2026년 현재 국내외 71개 대학·기업과 246건의 개방형 연구·혁신(오픈 R&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누적 투자액은 약 365억 원에 이른다. 이런 연구 활동은 사업 성과로도 이어졌다. 오픈 R&I가 본격적인 매출로 연결되기 시작한 2021년 218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304억 원으로 늘었고, 현재까지 누적 7000억 원 이상의 매출 창출에 기여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대와의 협력이다. 2019년 서울대 안에 '테크놀로지 인큐베이션 센터(SNU-COSMAX TIC)'를 세운 뒤 학과나 교수 한 팀이 아닌 서울대 전체에서 과제를 제안받았고, 지난해까지 이 센터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1200억 원을 넘어섰다. 2단계 협력에는 인문계 연구팀도 참여해 AI와 빅데이터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문화기술 기반의 뷰티 트렌드를 제안할 계획이다. 포항공대, 포항시와 함께 세운 'UV 이노베이션 센터’에서는 자외선차단 신소재와 신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과 극지, 그리고 글로벌 인종으로 향하는 연구
연구의 시선은 실험실 밖의 자연으로도 향한다. 코스맥스그룹은 계열 농업법인의 약초 재배 토양에서 미생물 100여 종을 배양해 식물 생장에 가장 효과적인 1종을 골라내 '향약-01’이라 이름 붙였다. 이 미생물을 적용한 병풀은 일반 비료를 썼을 때보다 수확량이 20%, 핵심 성분인 마데카소사이드 함량이 40% 늘었다. 극지의 생명체에도 주목했다. 극지연구소와 극지 미생물 자원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남극 세종기지에 하계대원을 파견해 극한 환경이 피부와 마이크로바이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극저온과 강한 자외선을 견뎌 온 미생물에서는 새로운 피부 효능 물질이 기대된다. 연구 대상도 지역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립대, 중국 푸단대 화산병원,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과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생활양식과 환경, 피부 질환 사이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코스맥스는 데이터 수집 범위를 전 세계 다인종으로 넓혀 궁극적으로 글로벌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맞춤형 진단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한 병에 담긴 미생물이 이제 신약 후보물질과 의료용 소재, 그리고 개인 맞춤형 진단으로 이어지려 하고 있다. 뷰티의 경계를 허문 코스맥스의 도전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지형을 어떻게 바꿔 갈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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