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법무법인 홍림 임효승 대표변호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따라서 촬영물의 내용뿐 아니라 누가, 어떤 경위로 촬영했는지, 당시 동의가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기기에 영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유자가 직접 불법촬영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포렌식에 관한 오해도 적지 않다. 포렌식은 삭제된 사진을 복구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기기에 남은 자료와 기록을 분석해 사건과의 연결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삭제된 자료가 복구될 수 있지만 모든 자료가 항상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웠으니 확인할 수 없다'거나 '포렌식이면 모든 것을 알아낸다'는 생각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핵심은 발견된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다. 직접 촬영한 파일인지, 다른 사람에게 받은 영상인지, 확인된 기록이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 구분해야 한다. 일부 장면이나 파일명만으로 촬영 당시 상황까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영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언제나 혐의없음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른 증거로 촬영 사실이 인정될 수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15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될 수 있다. 결과물 유무뿐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는지도 살펴야 한다.
증거 확보 절차도 중요하다. 대법원은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의 전자정보 압수 범위와 참여권 보장 문제를 다뤘다. 휴대전화를 제출했다고 해서 모든 정보에 대한 무제한 탐색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출 의사와 혐의 관련성, 분석 과정의 참여 기회, 압수목록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사 초기에는 기억하는 사실과 추측을 분리해야 한다. 촬영 시점과 장소, 기기 사용자, 당시 대화를 정리하고 어떤 파일과 행동이 혐의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성급히 인정하거나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는 해명을 만드는 대응은 피해야 한다.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기기를 초기화하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해명에 필요한 정보까지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을 받겠다며 촬영물을 주변에 전달하거나 불필요하게 복제하는 일 역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증거보전과 피해 확산 방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위법한 촬영이 명확하다면 책임 인정과 피해 회복,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다만 초범이나 합의만으로 특정 처분을 장담할 수 없으며, 합의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압박해서도 안 된다.
글 : 법무법인 홍림 임효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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