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급 자리, 사장급으로…27년 만의 복귀
이번 인사로 전임 부문장인 김선호 부사장은 지원본부를 맡는다. 부문장은 이전까지 부사장이 맡았지만 이번에 사장급 인사가 앉으면서 백화점부문의 위상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 계열사 관리와 통합 수요가 커진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사장은 1949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신세계에서는 1999년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상무, 2001년 이마트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조선호텔(2002년)과 스타벅스커피코리아(2007년) 대표를 거쳤고, 신세계인터내셔날 JAJU사업부문 대표(2020년), 신세계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2022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2023년)를 맡았다. 지난해 9월부터는 신세계디에프를 이끌며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감사와 시스템 경영, 왜 지금인가
구체적인 감사 체계와 시스템 경영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김선호 부사장이 맡은 지원본부가 인사와 감사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이 사장은 감사·준법 기능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인사·재무·구매 등 주요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개편이 현장의 의사결정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관리 효율을 높이는 균형이 과제다.
최대 실적 뒤의 부담, 명품 쏠림과 4분기 기저
이 사장이 넘겨받는 백화점부문은 규모와 수익성에서 정점에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7조 4037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했다. 강남점이 3조 6717억원으로 9년 연속 전국 1위를 지켰다.
올해는 성장 폭이 더 커졌다. ㈜신세계는 2분기 연결 영업이익 1671억원(전년 대비 121.9% 증가)을 내 상반기 영업이익 3650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치를 썼다. 광주·대구·대전 법인을 포함한 백화점 2분기 매출은 2조 170억원, 영업이익은 1088억원이다. 명품 매출이 상반기 35% 늘었고, 외국인 매출은 120% 증가한 5800억원이었다.
문제는 성장의 질과 지속성이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백화점 영업이익을 1022억원으로 전망했다. 시장 기대치(1150억원)를 밑돌고, 기존점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20%에서 15%로 낮췄다. 명품과 가전의 성장세가 둔화했고, 명품 비중이 경쟁사보다 높아 둔화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4분기에는 지난해 11월 본점 리뉴얼 효과가 이미 반영돼 기저 부담이 커진다. 명품과 외국인 수요에 기댄 성장이 꺾일 때를 대비해 점포별 수익 구조와 고정비를 점검하는 일이 이 사장의 첫 숙제로 꼽힌다.
이 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운영 방향을 한 사람이 조율하는 위치에 섰다. 신세계디에프는 2분기 영업이익 3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5426억원으로 10.3% 줄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로 임차료 부담이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올해 1~9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711만명으로 21.5% 늘었다.
협업 후보는 외국인 고객 유치, 명품·뷰티 브랜드 공동 협업, 고객 데이터 연계 등이다. 백화점 외국인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어난 만큼 면세점과 연계할 여지는 크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면세점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80억원가량 줄어든 253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시내점 매출 감소와 원화 강세에 따른 원가율 부담 때문이다. 두 사업은 고객층과 규제 환경이 달라, 겸직이 상품·마케팅·고객경험 통합으로 이어지려면 별도의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
성패는 통제와 속도의 균형
이번 인사는 신세계가 백화점부문을 판매 조직을 넘어 그룹 경영의 관리·통제 축으로 재정의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사장의 성과는 감사·통제 체계의 실질적 강화, 최대 실적 이후 수익성 방어, 면세점과의 협업 성과, 조직 개편 뒤 현장 안정화 등 네 가지 기준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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