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지맥을 따라 약 10만 평 규모로 조성된 사유원은 자연성과 미학을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올해 봄 갤러리 곡신을 개관했다. 첫 전시는 민병헌 작가의 ‘The Contemplation in Gray’였으며, 이번이 두 번째 기획전이다.
이번 흑백 사진전은 작가가 2008년부터 작업해 온 ‘뚝방길 시리즈’다. 집과 스튜디오를 오가는 길목의 뚝방길 나무들에서 영감을 받은 연작이다. 작가는 이곳을 ‘나의 성지’라 불렀다. 세파에 시달리며 부러지고 상처 입은 나무와의 첫 만남 이후 약 10년간 작가의 심상에 자리잡은 고독과 인내, 삶에 대한 절박한 열망을 프레임에 담았다. 작품 속 부러진 나뭇가지, 날씨의 변화, 계절의 흐름은 도시의 이면과 시간의 흔적, 존재의 고요한 목소리를 잔잔하게 전달한다.
전시는 곡신 내부뿐 아니라 갤러리 앞 카페 ‘몽몽차방’에서도 이어진다. 작가의 친필이 더해진 1980~2000년대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위 선과 글씨는 기록을 넘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시도이자 작가의 감정과 사유가 녹아든 예술적 표현으로 평가된다.
한편 고 김중만(1954~2022)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사진작가로서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패션 사진을 비롯해 꽃, 동물, 인물, 풍경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였다.
[글로벌에픽 유병철 CP / yb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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