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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3연임 비결은

적자 기업 최고실적 탈바꿈 … 세대교체 바람 비켜가

안재후 CP

2025-12-18 14:51:41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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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현대자동차그룹 내 '최장수·최고령 CEO' 타이틀을 보유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 취임 이후 현대로템을 적자 기업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그의 경영 수완이 높이 평가됐다. 현대차그룹이 강하게 추진 중인 세대교체 정책 속에서도 실적으로 입증한 경영 능력이 이례적인 연임을 가능하게 했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 '구원투수'

이용배 사장의 이야기는 위기에서 시작한다. 2020년 3월 현대로템의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회사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2019년 기준 현대로템은 영업손실 2,799억원, 순손실 355억원을 기록하며 전사적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부채비율도 330%를 초과해 재무 구조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다. 철도·방산·플랜트 사업 전 부문에서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룹 내에서도 '구원투수'가 필요했던 현대로템에 이용배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그의 이력은 이 역할에 적합했다. 그는 현대차 경영기획담당, 현대위아 기획 등을 거친 대표적인 '재무통'이었고, 현대차증권 사장을 거쳐 현대로템에 온 만큼 그룹 경영진 중에서도 손꼽히는 재무 전문가였다.
저가 수주 관행 정리,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

이용배 사장의 첫 번째 과제는 현대로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는 구조조정과 함께 재무 구조를 악화시켜온 '저가 수주 관행'을 과감히 정리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재고를 축소하며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고강도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수주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장기적 체질 개선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내실 경영의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현대로템은 비상 경영 체제 선포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3년 임기를 모두 채우는 사례가 비교적 드문 현대차그룹 내에서 2023년 연임 이후 이번 3연임은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사상 최고 실적, 숫자로 증명된 경영 능력

이용배 사장의 성공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연결 기준으로 현대로템의 매출은 4조 3,765억원, 영업이익은 4,5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그가 취임한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이 57.13%, 영업이익이 456% 급증한 수치다.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2024년을 넘어 2025년에도 이러한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2조 5,938억원, 영업이익 4,6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8%, 192% 증가했다.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4조 2,134억원과 영업이익 7,381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무 구조 개선으로 신뢰도 회복

단순한 실적 증가만 아니었다. 이용배 사장은 회사의 기초체력을 크게 강화했다. 부채비율은 330%에서 128% 수준으로 개선되어 제조업의 일반적인 수준(100~150%)으로 정상화되었다. 이러한 재무 구조 개선은 기업의 신용도를 크게 높였다. 2020년 BBB+였던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은 A+까지 상향되었다. 이는 금융 시장에서 현대로템을 보는 평가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방산 부문 확대, 글로벌 성장의 핵심 엔진

현대로템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은 디펜스솔루션(방산) 부문의 성공적 확대다. 방산 부문은 현재 매출의 약 56%를 차지하며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되었다. 특히 폴란드 K2 전차 프로젝트는 현대로템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4조 4,992억원 규모의 첫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8조 9,814억원 규모의 2차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이용배 사장의 글로벌 수주 전략은 K2 전차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페루 정부와의 K2 전차 54대와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 지상장비 공급 계약, 이라크와 루마니아의 추가 수주 가능성 등이 파이프라인에 있다.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현대로템은 전략적 수출처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철도 부문 국제 수주, 신흥시장 공략

방산 부문과 함께 철도 부문도 국제 수주를 통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월 모로코 철도청과 2조 2,027억원 규모의 2층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4월 미국 매사추세츠교통공사(MBTA)와 1,442억원 규모 이층 객차 공급 계약, 5월 대만 타이중 블루라인 철도시스템 4,249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잇달아 수주했다.

하반기 역시 이스라엘 예루살렘 블루라인 트램 사업 등 2조 8,380억원 규모 계약 기회들이 열려 있다. 이러한 국제 수주 다각화는 국내 철도 시장 포화에 대응하는 현대로템의 해외 진출 전략의 성과를 보여준다.

미래 사업 포석, 수소 기술 개발에 집중

현대로템의 실적 호조 속에서 이용배 사장은 미래 사업에 대한 포석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생태계 구축 전략에 부응하여 현대로템도 수소 관련 신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수소 트램, 수소 충전 설비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청주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도 현대로템이 맡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대량 수송 수소 기술 개발이다. 이용배 사장은 "실용화 관점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으며, 이는 현대로템이 기술 중심의 미래 사업 확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주 잔고 29.6조원, 안정적 성장의 토대

현대로템의 미래 경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풍부한 수주 잔고다. 현재 수주 잔고는 29.6조원에 달해 수년간의 안정적인 성장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이용배 사장이 취임 초기 추진한 '수익성 중심'의 선택적 수주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저가 수주를 정리하고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한 결과, 현대로템은 막대한 수주 잔고를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세대교체 기조 속 예외적 평가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1970년대생 젊은 임원들을 전면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강하게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 인사에서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비롯해 여러 주요 보직이 교체되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1961년생(64세)인 이용배 사장의 3연임은 예외적인 경우다.

그룹이 이를 결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로템의 사상 최고 실적을 이끈 공로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현대로템은 2002년 인수된 이후 23년여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이는 이용배 사장의 경영 역량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용배 사장의 3연임은 현대로템의 향후 전략에도 시사점을 제시한다. 현대로템은 이미 '비상 경영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는 업계 평가다. 향후 과제는 기존의 관리·재무 중심 경영을 넘어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방산·철도 분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증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용배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수주 다각화, 수소 기술 개발, 무인전투체계·전동화 플랫폼 등 신사업 투자는 현대로템의 '차세대 성장판'을 열어가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적자에서 벗어나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경영 수완이, 이제 미래 사업 개척으로도 증명될 수 있을지 업계의 주목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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