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국 정부와의 약정과 12월 30일 주주명부 폐쇄라는 시간 제약 속에서 고려아연의 계획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영풍·MBK가 제기한 가처분의 핵심은 경영상 필요성이다. 상법 제418조 제2항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들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제3자에게만 유리한 지분을 배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영상 필요성 입증 실패 시 유상증자 '무효' 가능
법원이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은 이 거래의 '경영상 필요성'이다. 상법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이를 정당화할 만한 긴박한 필요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측에 "미국 정부나 파트너사가 반드시 한국 본사 주식을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44.2%다. 유상증자 완료 시 40% 이하로 내려가고, 미국 측의 10% 지분이 최윤범 회장을 지지한다면 우호 지분은 39%대로 확대되어 경영권 싸움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이러한 지분 구조 변화 자체가 중단된다.
고려아연 측 "국가 전략 프로젝트"... 법원 설득이 관건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가 미국 정부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과 직결된 국가 전략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구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정책 파트너십이 성립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순수한 채권자-차입자 관계로는 정책적 신뢰와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다. 미국 정부와의 협약서나 확약서 등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법원은 이를 경영권 방어 목적이 짙은 행위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상법 판례상 경영권 분쟁 중일 때 특정 경영진에게 유리한 지분을 배정하는 방식은 불허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결합신고법도 거래성사 걸림돌
문제는 절차의 강제성이다. 미국 기업결합 신고는 신고 후 최소 30일간의 대기 기간을 강제한다. 이 기간이 종료되고 승인이 나기 전까지 어떠한 실질적 거래 이행도 금지된다. 위반 시 일일 약 5만3088달러(약 7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거래 무효화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15일 월요일 이사회에서 지분 취득을 결의한 뒤 22일 현금 납입, 26일 신주 발행을 계획했다. 이로 인해 미국 당국의 승인 완료 전 신주 발행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합작사에 미국 정부가 직접 참여하고 있어 반독점법 위반은 기업 생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미국 파트너들이 법을 위반할 가능성은 낮다.
법원 판단이 경영권 분쟁의 향배 결정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모든 것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인용되면 유상증자 진행 불가, 기각되면 지분 구조가 즉시 변화한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제시할 수 있는 미국 정부와의 협약서나 확약서 같은 실질적 소명 자료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30일 주주명부 폐쇄 전까지 미국 당국 승인을 받고 지분을 매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의 경영권 싸움을 크게 좌우할 변수다.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고려아연의 미국 전략과 경영권 분쟁의 운명은 불확실성 속에 남아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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