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과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랑스는 단순한 화장품 시장이 아니다. 로레알, LVMH 뷰티, 클라랑스 같은 글로벌 굴지의 화장품 기업들의 본거지다. 란콤, 입생로랑 뷰티, 라로슈포제 같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들을 보유한 국가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신뢰도 두터워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바로 그 프랑스 시장을 한국 화장품이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십 년 만에 10배 규모로 성장한 수출액
한국의 대프랑스 화장품 수출은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2015년 1000만 달러를 넘긴 이후 10년 만에 10배 규모로 팽창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최근 6년간의 가속도다.
2020년 4812만 달러에서 출발한 수출액은 2021년 6016만 달러, 2023년 7132만 달러, 2024년 7816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6년 동안 누적 신장률 180.8%를 기록한 것이다. 2025년 1분기만 해도 3129만 달러 규모를 달성하며 올해도 청신호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K-뷰티가 프랑스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킨케어가 이끄는 K-뷰티의 프랑스 정복
수출 성장의 중심축은 명확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이 주도했다.
스킨케어 수출액은 42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0.1% 증가했고, 메이크업은 3360만 달러로 73.6% 증가했다. 특히 스킨케어의 100% 이상 증가는 프랑스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성분 중심 제품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한다. 프랑스가 화장품의 본고장인 만큼 소비자들의 안목이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킨케어 분야에서 이 같은 성장을 이룬 것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혁신이 세계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이민정 선임연구원은 "절반 이상이 스킨케어 덕분"이라며 "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수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권역"이라고 평가했다.
K-뷰티의 강점, 프랑스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다
K-뷰티 열풍이 프랑스까지 도달한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들이 있다.
가성비, 성분 중심의 제품력, 발빠른 트렌드 대응력, SNS 전파력—이런 강점들이 프랑스의 젊은 세대에게 통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불어난 한류의 바람이 북미와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K-뷰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선택이 엄격해진 유럽 시장에서 높은 품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한국 브랜드들의 가치는 더욱 부각되었다.
프랑스 명품 백화점을 점령한 한국 브랜드들
파리의 명문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은 K-뷰티관을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코스알엑스, 닥터자르트, 바이오던스, 바닐라코, 토리든, 조선미녀 등 주요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밀고 있는 어뮤즈는 오스만 본점과 샹젤리제 지점에 정규 매장을 오픈했다. 바이오던스는 프랑스 명품 백화점 쁘렝땅에도 진출했고, 메디큐브는 세포라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프랑스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매장 입점이 아니다. 프랑스 자국 브랜드들의 절대적 영향력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요 유통채널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국 브랜드가 굳건한 프랑스 시장은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만큼 상징성도 크다"며 "최근 인플레이션, SNS 영향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성장세가 가팔라 모든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진정한 패권, 프랑스로의 확대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처는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8억 달러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많았다. 2024년 처음 프랑스를 제쳤던 격차는 2025년 더욱 벌어졌다. 같은 기간 프랑스 화장품의 미국 수입액이 10억 달러에 그친 반면, 한국 화장품은 18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미국 시장 침체는 관세 등 무역 환경 악화의 영향이 크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동반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위상
한국 화장품 산업 전체의 위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2%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를 반영하듯 산업통상부는 기존 15대 핵심 수출 품목 체계를 20대로 확대하면서 화장품을 신규 편입했다. 화장품이 더 이상 부가산업이 아닌 한국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격상된 것이다.
프랑스의 1억 달러 돌파는 단순 통계를 넘어 글로벌 화장품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K-뷰티는 아시아의 유행에서 시작해 이제 세계 화장품 강국의 심장 프랑스까지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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