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14년간 47건 반복된 '관행적 담합'
공정위가 2010년 이후 제재한 교복 입찰담합 사건은 약 47건에 달한다. 단순한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광주 지역에서만 담합 260건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를 벌인 업체 27개에 과징금 3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경북 구미에서도 입찰담합 232건으로 업체 6개에 1억90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한 전례가 있다.
2021년 전북 전주, 2022년 서울과 경기, 2024년 세종 지역까지 전국적으로 담합이 적발됐다.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정위 담당자는 이를 일종의 '관행'이라고 판단했다.
낙찰 예정자 정한 뒤 들러리 세우는 수법
교복 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을까. 먼저 어느 업체가 낙찰받을지 미리 정해놓는다. 그 다음 나머지 업체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거나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정해진 업체가 자동으로 낙찰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업체들은 '들러리' 역할을 한다. 경쟁을 빙자한 담합이다. 대부분 영세한 대리점의 생계형 담합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피해는 광범위했다.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교복 가격이 오른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가 담합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공정위 "올해는 본부 총동원으로 조사"
공정위는 이 같은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본부와 지방사무소 조사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교복 제조사 4곳과 전국 대리점 40여곳에 대한 대규모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7월까지 최종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근본적인 메스도 들어갔다. 나라장터의 교복 입찰 데이터를 공정위의 입찰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에 연계하기로 했다. 담합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담합이 일어나자마자 적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시장 구조 자체도 개선한다
공정위가 주목한 것은 교복 시장의 구조적 문제다. 현재 엘리트·스마트·아이비클럽·스쿨룩스 등 브랜드 4개가 전체 시장의 약 68%를 점유하고 있다. 소수의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이므로 담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교복 분야 시장 분석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중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시장 구조 자체를 개선해서 담합이 일어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과징금 인상 논의 본격화
가장 주목할 변화는 과징금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교복 입찰담합을 제재할 때 과징금을 감경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교복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개인 사업자이고, 단기간에 수요가 집중돼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과징금 강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담합 규제는 과징금 약 1000만원 수준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충분히 경고한 뒤 내년부터는 세게 조치해서 다시는 담합할 생각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주병기 위원장도 이에 동조했다. 주 위원장은 "현재 1000만원은 부당이익 수준인데 이를 현저히 초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과징금이 담합으로 얻은 이득보다 훨씬 커야 억지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교복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기조가 '관용'에서 '강제'로 전환되는 신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